기획재정부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소득공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 OTT 산업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넷플릭스 등 해외 OTT 기업이 큰 이익을 본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 육성을 위해 OTT 구독료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조세소위원회에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21대 국회 임기 내에는 추가로 논의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두 법안은 모두 OTT 구독료를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연간 급여가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의 도서·신문 구매나 공연·영화 관람 등 문화비 지출에 30%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OTT 구독비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K콘텐츠 육성을 위해 OTT 구독료의 소득공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법안 통과에 힘이 실렸다. 지난달 유 장관은 10월 취임한 후 첫 정책으로 ‘영상 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하며 “토종 OTT 기업을 살리자는 것에 (소득공제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와 세제 당국 내에서는 OTT 구독료 소득공제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소득공제의 혜택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해외 OTT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OTT 시장점유율은 38%로 2위 업체인 티빙(1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디즈니플러스의 점유율도 5%에 달한다.
영화 산업의 경우 관람료에 대해 30%의 소득공제를 받고 있지만 OTT 구독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기재위의 한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 산업과 달리 OTT 산업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성장세를 보여왔다”며 “소득공제를 통해 OTT를 추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문체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재부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일반 부처가 세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기재부 세제실과의 의논을 거친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번에 OTT 구독료 소득공제를 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기재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