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진입이냐 부서 통폐합이냐…소형 운용사 ETF 생존경쟁 돌입

BNK운용, ETF 사업부 통폐합
트러스톤·IBK운용은 늦깎이 진입
‘120조’ ETF시장 진출 필요성 커지지만
이익 내기 어려워 비용부서로 전락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며 12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저마다의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기존 중대형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소형사는 백기를 들고 사업부를 개편하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뒤늦게 진입하며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ETF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 소형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NK자산운용은 ETF 사업부 통폐합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퀀트&ETF운용본부 내 ETF팀을 퀀트팀으로 합치고 ETF 전담 인력을 기존 3명에서 1명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BNK자산운용은 2021년 과거 KB자산운용의 ETF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잔뼈가 굵은 임승관 본부장을 영입하며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최근 임 본부장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ETF 부서를 신설한지 2년 만의 결정이다. BNK자산운용 관계자는 “과점화된 ETF 시장에서 계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ETF 본부장 교체 등 내부 역할과 책임(R&R)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은 점점 치열해지는 ETF 시장에서 소형사로서 승산이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BNK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첫 ETF를 내놓은 뒤 ‘2차전지양극재’, ‘주주가치액티브’ 등 특색있는 상품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키웠지만 지난달 30일 기준 순자산은 1400억 원, 시장 점유율은 0.12%에 그쳤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함한 상위 8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96%를 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NK자산운용이 비용 절감을 위해 몸집을 줄이는 반면 IBK·트러스톤자산운용은 새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달 중순께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 ETF로 시장에 첫 진출할 예정이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특성상 주주 행동주의 활동이 본격화할 경우 주주가치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을 주로 편입했다. IBK자산운용 역시 이달 중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품인 ‘ITF 200 ETF’를 상장 예정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일단 시장 진입을 하는게 맞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운용사마다 ETF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는 건 그만큼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것을 뜻한다. 전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늦게라도 진입해 이익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과 보수인하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등 마케팅 비용 증가로 단기간 내 이익을 내기 어려워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맞서고 있다. 업계 양강인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대표지수형이나 특정 산업 혹은 테마형 ETF는 이미 중대형 운용사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소형사에게는 부담이다.


실제 ETF 전체 순자산 규모는 2021년 73조 9700억 원에서 지난 11월 말 121조 4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ETF 출시 운용사는 18개에서 24개로 늘었으며 IBK와 트러스톤이 합류할 경우 26개까지 확대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는 운용사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대형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ETF로 수익을 내는 곳은 아직 없다”며 “현재로서 중소형 운용사들에 ETF는 ‘계륵’과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