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전기차 관세 부과’ 시행 시점이 내년 1월에서 3년간 유예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와 영국 간 전기차 관세 부과 계획을 유예하는 안건을 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양측은 당초 핵심 부품의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EU 또는 영국산 부품 비율이 45%에 미달할 경우 전기차 수출에 10%의 관세를 매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체 부품 조달이 어렵고 자동차 제조 업체들의 반발도 거세자 EU 집행위는 관세 부과 시기를 2027년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집행위의 이번 관세 유예는 시행이 돼도 1회에 한한다. 유예 만료 시점인 2027년까지 유럽의 전기차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더라도 집행위는 예정대로 수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집행위는 관세 유예와 함께 역내 전기차 공급망 강화를 위해 30억 유로의 기금을 조성해 배터리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앞서 EU와 영국은 2020년 해당 관세 체계에 합의하면서 3년이면 유럽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경쟁력을 높이기에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복병이 됐다. 팬데믹으로 2년간 유럽의 전기차 산업이 주춤한 사이 중국의 역내 점유율은 2배로 늘었다. 특히 중국의 막대한 전기차 보조금은 가격경쟁 면에서 유럽 업체들의 열세를 가져왔고 EU 집행위는 시장 왜곡을 주장하며 올 9월 중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상황에 중국산과 경쟁해야 하는 BMW·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당장 내년 1월에 발효될 전기차 관세를 유예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스텔란티스는 “1월에 바로 관세가 발효될 경우 유럽 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영국 내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도 “관세를 해제하지 않으면 최대 43억 유로의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