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위치한 가이아나는 서쪽에 위치한 에세키보 지역을 놓고 100년 전부터 베네수엘라와 영토 분쟁을 벌여왔다. 에세키보 면적은 16만 ㎢로 가이아나 전체 국토 면적의 4분의 3가량에 달한다. 에세키보 지역에 원유·금·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의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영토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계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 주도 컨소시엄은 2015년 탐사를 통해 이 지역에 원유와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탐사 결과에 따르면 에세키보 지역에 매장된 원유만도 최소 110억 배럴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6~7년 이후에는 하루 원유 생산량이 1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되면 80만 명에 불과한 가이아나 인구를 감안할 때 인구 1명당 원유 생산량은 중동 산유국을 뛰어넘는 세계 1위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이아나 정부는 최근 다른 유전에 대한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엑손모빌과 프랑스계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스 등을 유전 개발 사업 협상권자로 선정했다.
국제사회는 만국평화회의의 중재재판소가 1899년에 에세키보 지역을 가이아나 영토라고 획정한 것을 존중하고 있다. 반면 원유 매장 사실이 확인된 후 더욱 거세게 영유권을 주장하는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와의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당사국 간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자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에세키보주를 신설하고 해당 주민에게 베네수엘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에 찬성하느냐’는 취지의 국민투표를 실시해 투표자의 95.9%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효력이 없는 국민투표를 강행한 것은 내년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우리도 ‘반일’ ‘반미’ 등을 외치며 외부의 적을 겨냥하는 선동 정치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 술수를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