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대신 은행으로…기업대출 석달새 32조 ↑

◆2분기 연속 증가폭 확대
이자부담 큰 회사채 조달 줄고
서비스업 17조 등 은행대출 늘어
향후 금리전망이 증가세 변수


올해 3분기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 등이 은행을 포함한 예금 취급 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회사채 금리 수준이 높아지자 대기업들이 대출을 선호하는 가운데 은행들도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6일 한국은행은 올해 9월 기준 예금 취급 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이 1875조 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32조 3000억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가 폭이 2분기 연속으로 확대됐다. 산업별 대출금은 줄어든 적이 없기 때문에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3분기 들어 산업별 대출금 증가 폭이 늘어난 것은 예금은행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대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선호한 때문이다. 특히 예금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의 지속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기업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제조업 대출은 10조 3000억 원 증가하면서 전 분기(5조 6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수요가 모두 늘어난 결과다. 전자·컴퓨터·영상음향·통신이 1조 8000억 원, 화학·의료용 제품이 2조 5000억 원 등으로 확대됐다. 식료품·음료도 6000억 원 늘면서 증가 전환했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업과 부동산업 등을 중심으로 16조 9000억 원 늘면서 전 분기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금융·보험업은 7000억 원 늘었는데 증권사의 예금은행 차입이 확대된 결과다. 부동산업은 부동산 개발사업이 진척되는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면서 대출이 실행되며 8조 원 늘었다. 신규 착공은 늘지 않지만 재건축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건설 기성이 진행되면서 대출도 함께 이뤄지는 상황이다. 건설업 대출도 2조 원 늘었는데 이는 건설 원가 상승으로 자금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은행 기업대출 증가세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향후 금리 전망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진 후에나 은행 영업 행태가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국채금리와 회사채 금리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에 대한 기대에 따라 기업대출 증가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