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한 병원에서 20여 명의 남성이 ‘여성형 유방증 및 유방통증’ 진단을 받고 무더기로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가슴 비대 증세나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병적 여성형 유방증 증상이 없었지만 보험회사로부터 수술 보험금을 받기 위해 수술을 한 것처럼 꾸며 병원으로부터 영수증을 발급받았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2021년부터 2년간 총 1억 원 상당의 질병 수술비를 지급했다.
최근 남성들의 여성형 유방증 수술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실손보험의 적자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도 않은 수술을 받았다고 해 보험금을 타내거나 이미 과거에 여유증 수술을 받아 보험금을 타낸 가입자가 다시 여유증 수술을 받았다며 의무 기록을 허위로 발급받아 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여유증 치료와 남성 성기능 개선 수술을 한데 묶어 의료 상품으로 내놓기도 해 과잉 진료를 조장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4개 대형 손해보험사가 지난해 여유증 수술비로 지급한 보험금이 92억 3326만 원에 달했다. 이는 한해 전인 2021년(69억 1451만 원)보다 33%가량 증가한 규모이며 5년 전인 2018년(15억 5931만 원)보다는 무려 6배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의 전체 지급 보험금이 50%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여유증으로 인한 지급 보험금 증가세는 폭발적이다. 수술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6063건이었던 여유증 수술 건수는 2021년에는 9799건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여유증은 남성의 유방이 한쪽 혹은 양쪽의 유선 조직이 과도하게 발육된 상태로 초음파와 조직 검사를 통해 유선 증식이 확인된 경우 수술을 통해 유선 조직과 지방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물론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에 치료 목적의 수술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수술 건수나 보험금 지급이 증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성형 목적으로 수술을 받거나 성기능 개선 수술(음경 확대술 등)을 받고 여유증 수술을 받은 것처럼 의무 기록을 조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형이나 성기능 개선 수술 비용을 여유증 수술을 했다며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식인데 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여유증 수술과 성기능 개선 수술, 복부 지방 흡입 등을 연계한 상품을 내놓고 고객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유증 수술과 성기능 수술을 함께 받은 뒤 보험사에는 여유증만 받았다며 보험금을 청구해 전체 수술비를 충당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여유증 수술을 외과나 성형외과에서 많이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비뇨기과 수술이 급증하고 있다. 2018년에는 외과에 여유증 수술로 지급된 보험금이 7억 7244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비뇨기과(2억 5893만 원), 성형외과(2억 1336만 원) 순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외과에 지급된 보험금은 16억 5762만 원인 반면 비뇨기과는 59억 8795만 원을 차지해 비뇨기과에 지급된 보험금이 외과에 지급된 보험금의 3배가 훌쩍 넘었다. 아울러 동네 의원 등 1차 병원에 지급된 보험금이 급증한 것도 과잉 진료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1차 병원에 지급된 여유증 보험금은 2018년 9억 7506만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0억 8400만 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유증 수술로 인한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전체 실손 지급 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증가세는 도수 치료 등 과잉 진료로 문제가 됐던 항목을 압도하고 있다”며 “과잉 진료 등으로 보험료가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상품 보장 범위도 줄여 나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일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