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집도의' 된 최창원…세대교체·슬림화로 '서든데스' 넘는다

'그룹 2인자' 수펙스 의장 선임
2차전지 등 사업 영역 확장 속
일부 IPO 실기 등 겹쳐 위기감
오너일가 11년 만에 의장 등판
7개 계열사 CEO도 전격 교체



SK그룹이 7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7년 만에 세대교체에 착수했다. SK그룹의 2인자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선임됐다.


SK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2024년도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이목을 끄는 인사는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창원 신임 의장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2013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하기 전에 최 회장이 협의회 의장 역할을 한 적은 있지만 공식 조직으로 격상한 뒤 오너 일가가 수펙스를 직접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SK가 반도체·정유화학·2차전지·통신 등에서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가는 와중에 일부 비효율적인 투자, 기업공개(IPO) 실기 등이 겹치면서 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최 회장으로서는 그룹 전반에서 비효율을 걷어낼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집도의’를 선택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신임 의장은 최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대 심리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4년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에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SK케미칼·SK글로벌·SK건설·SK가스 등을 거쳐 2017년부터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았다.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SK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활달한 성격이라면 최 의장은 비교적 내성적인 편에 가깝다”며 “한 번 일을 맡기면 믿고 지켜보지만 그 과정과 성과에 대해서는 집요할 정도로 깐깐하게 따진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최고의 적임자라는 설명이다. 물론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게 SK 측 입장이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무게중심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최 신임 의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던 4명의 부회장단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일선에서 물러난다. 조대식 의장은 SK㈜ 부회장으로서 관계사들의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해줄 예정이다.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을 유지하되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IPO를 이끌기로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회사 발전을 위한 경험을 공유하고 박정호 부회장은 SK㈜와 SK하이닉스의 부회장으로서 인공지능(AI) 사업 등을 후방 지원할 계획이다.


주요 계열사 사장도 대거 교체됐다. SK㈜ 사장에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이 선임됐고 SK이노베이션 사장에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각각 CEO 자리에 앉았다. SK㈜ 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이 보임됐고 SK엔무브 사장에는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승진해 선임됐다. 이와 함께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는 지동섭 SK온 사장이 SV(사회적가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위원장으로 거버넌스위원회를 이끌기로 했다.


SK그룹은 “이번 인사는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 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라며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도록 경영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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