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한다.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서방 중심의 ‘탈중국’ 분위기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3일 중국 측에 서한을 보내 일대일로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육·해로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든다는 구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제안했다. 이탈리아는 2019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발에도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유일하게 참여했으나 지난해 10월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사진) 총리가 이를 비판하며 탈퇴를 시사해 왔다. 참가에 따른 경제 이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對)이탈리아 수출액이 2019년 340억 달러에서 올해 62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동안 이탈리아의 대중 수출액은 140억 달러에서 177억 달러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얻을 것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서방의 디리스킹(위험제거)가 가속화하는 정치·외교 상황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지낸 스테파노 스테파니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가입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이 협약의 지정학적 연관성을 과소평가했다”며 “더는 중국과 서방의 틈바구니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탈퇴 통보에 중국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을 통해 “일대일로는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협력 플랫폼”이라며 “협력 공동 건설을 먹칠·파괴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탈퇴 의사를 밝힌 이탈리아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올해 10주년을 맞은 일대일로는 참여 개발도상국의 잇따른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과 이탈리아의 탈퇴, 서방국가들의 각종 제재 등이 더해지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