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주택·상가 경매 진행 건수가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이자를 버티지 못한 ‘영끌족’ 아파트와 고물가로 굳게 닫힌 지갑에 쓰러진 상가가 경매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면서다. 전세사기의 여파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빌라·오피스텔이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매매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한 매물이 경매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경매 진행 건수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경·공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거용 부동산인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및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총 9015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0월(9861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별 전국 주택 및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5000~6000여 건이었지만 하반기부터 8월 7107건, 10월 8145건으로 매달 1000건씩 급증했다. 용도별로 보면 지난달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829건으로 전년 동월(1904건) 대비 48% 늘어났다. 이 중 서울은 총 281건으로, 2016년 5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빌라·오피스텔 경매 진행 건수도 2658건에서 4602건으로 73% 증가했다.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3600여 건으로 연초 대비 2배 치솟았다. 깡통전세(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현상)와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온 매물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자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1년 새 90%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만큼 경매 진행 건수 증가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1주(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올해 5월 3주 하락 이후 29주 만에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강북권(-0.01%)은 7월 1주 이후 22주 만에, 강남권(-0.01%)은 5월 2주 이후 30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부동산원은 “향후 주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 관망세가 확대되고 매물 가격이 하향 조정되며 가격을 낮춘 단지 위주로 간헐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등 서울 전체가 하락 전환했다”고 밝혔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10월 전국의 경매 신규 물건 수는 8224건으로 연초 대비 30% 이상 늘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 거래절벽 현상이 길어질수록 소화되지 못한 매물은 경매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며 “시세가 내릴수록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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