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일방적 포털 퇴출 무효"…언론사 첫 승리

위키리크스한국, 가처분 이어 법원 본 재판도 승리
"포털의 일방통행식 뉴스 시장 지배에 첫 제동"

서울서부지방법원. 김남명 기자

대형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일방적으로 언론과 제휴 계약을 해지하고 퇴출시키는 것은 위법해 무효라는 법원의 첫 본안 판결이 나왔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의 절대 다수가 포털을 이용하는 시장 상황에서 포털이 합리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언론의 공론장 퇴출을 결정한 데 대해 제동을 건 최초의 사례다. 법원은 포털 측의 언론사 평가와 퇴출 근거가 된 약관은 불공정해 약관규제법 위반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했고, 이에 기초한 계약 해지도 무효라고 선언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인터넷 신문을 발행하는 위키리크스한국이 네이버를 상대로 낸 계약이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네이버가 위키리크스에 대해 뉴스스탠드에 언론사 웹사이트를 배열하고 출처정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뉴스스탠드 관리페이지 접속 계정을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이 매체는 네이버 측이 부당하게 ‘뉴스스탠드’ 제휴 계약을 해지해 불이익을 당했다며 지난해 11월 소송을 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는 언론사 웹사이트 첫 페이지 상단과 동일한 범위 내에서 구성한 뉴스 정보를 해당 언론사 웹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outlink)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위키리크스한국은 2021년 네이버·카카오 내부 심사기관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재평가 대상이 됐다.


인터넷신문사업자인 노동닷컴이 네이버와 뉴스검색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제출한 ‘자체 기사 목록’에 위키리크스한국의 기사 4건이 포함돼 있었는데 노동닷컴에 자사 기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 또는 묵인해 인터넷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쳤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네이버는 지난해 2월 매체가 제평위의 재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제휴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뉴스스탠드 제휴약관 제16조는 “네이버와 제공자(언론)가 제평위의 요청, 의견, 권고 등을 준수하며 상대방이 제평위 의견 등을 준수한 데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심사규정은 제휴매체가 재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의 경우 제평위가 계약해지 조치를 권고할 수 있고 포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권고를 따르도록 한다.


그러나 매체는 제평위가 실질적으로 ‘내부기관’에 불과해 네이버가 임의로 해지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지 조항이 재평가 절차에서 언론사에 소명 기회를 부여하거나 불복, 이의 제기를 허락하지 않는 등 절차를 갖추지 못해 심각하게 불공정한 약관이며 심사 기준도 주관적이어서 객관성·중립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제공

재판부는 위키리크스한국 측이 문제로 삼은 제휴약관의 일부 조항이 부당한 일방적 내용으로 규정돼 있는 등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이므로 그처럼 무효인 약관에 기초한 계약해지 역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약관규제법에 따르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담은 약관 조항이나 계약의 해제·해지 관련 약관에 법률에 따른 사업자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의 행사 요건을 완화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조항이 있을 경우 해당 조항은 무효다.


앞서 지난 2월 서부지법은 본안 소송에 앞서 위키리크스한국이 낸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우선 받아들여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퇴출 효력을 정지하도록 했다.


당시 재판부는 “인터넷 신문사로서 네이버와 제휴계약이 해지되면 사실상 공론장에서 퇴출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이로 인해 사후적인 금전적 배상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본안 판결에서도 언론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조용현 대표변호사는 “네이버, 다음의 일방통행식 뉴스시장 지배에 제동을 건 최초의 법원 본안 판결로 의미가 크다”며 “현재 진행 중인 뉴스 검색 기본값 변경 또한 네이버, 다음이 일방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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