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벤처 투자 조직 체계에 대한 전면 수술에 나선다. 스케일업금융실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인데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 육성을 주도한 전담 조직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의 벤처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조만간 벤처금융본부 산하 투자 조직인 스케일업금융실과 벤처기술금융실을 폐지하고 벤처투자1실·2실로 변경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해당 조직 개편에 대한 의사 결정을 마쳤으며 내년 1월 2일부터 전면 시행한다.
벤처금융본부 조직 개편에 따라 이달 말 발표될 산업은행 인사에서 각 실장이 교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스케일업금융실과 벤처기술금융실은 각각 제정용 실장과 신혜숙 실장이 이끌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은 벤처투자에 있어서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실 구분을 산업별로 구분해 투자 전문성 높이겠다는 취지다. 아직 정확한 역할 구분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가령 벤처투자1실에서는 바이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 주로 투자한다면, 벤처투자2실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플랫폼 등의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스케일업금융실에서는 기업가치 3000억 원 이상의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벤처기술금융실에서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했다.
업계에서는 스케일업금융실 폐지에 주목하고 있다. 스케일업금융실이 최근 몇 년간 국내 스타트업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며 시장 확대를 주도해왔는데 앞으로 이러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스케일업금융실은 설립 취지 자체가 국내 벤처 투자 시장에서 대형 투자를 주도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벤처투자실로 바뀌면서 투자 의지가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케일업금융실은 2019년 12월 산업은행이 국내 유니콘 육성을 목적으로 신설한 조직으로 국내 벤처 투자 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나타냈다. 유니콘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에 작게는 100억 원에서 크게는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해외 국부펀드나 대형 벤처캐피털(VC) 못지않은 자금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실제로 스케일업금융실은 2020년부터 매년 약 5000억~7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