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체육회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2월 임기를 시작한 안운섭 고양시체육회장이 자신의 추천으로 임용된 김종현 사무국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하면서 촉발된 갈등이 상급 기관의 결정으로 뒤집힌 데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고양시의회가 절반 이상 삭감한 체육회 예산안을 심사하면서다.
이러는 사이 안 회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 돼 조사도 앞두면서 취임 9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놓였다.
8일 고양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체육회는 지난 4월 임용된 김 사무국장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이후 63일 만에 직무정지 및 자택근무 명령을 내렸다. 당시 김 국장을 상대로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를 제기해 온 직원들은 기자회견 두 차례를 포함해 총 4번에 걸쳐 피해를 호소했으나, 당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육아휴직 상태로 김 사무국장과는 일면식도 없었던 데다 성희롱의 경우도 피해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흐지부지 됐다.
이 과정에서 안 회장은 지난 7월 임시총회를 열고 고양시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을 선임, 김 사무국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하지만 고양시체육회의 상급기관인 경기도체육회는 김 사무국장에 대한 해임이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심의위원 7명 만장일치로 해당 징계안을 무효로 판단했다. 대의원을 구성하는 51개 종목단체 중 과반인 26명의 의결정족수를 채워 고양시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을 구성해야 했지만 안 회장은 대의원 자격이 없는 '행정 감사'를 의결정족수에 포함시켜 의결을 진행한 게 문제가 됐다.
또 공공연대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김 사무국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도 지난달 30일 최종적으로 일부 각하, 일부 기각으로 판단하면서 김 사무국장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안 회장은 김 사무국장에 대한 해임을 재차 시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임시총회를 소집했으나, 23개 단체만 참석해 결국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무산됐다.
회장 임기 시작 5개월만에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의결정족수 달성에 실패했던 고양시체육회는 9개월만에 다시 개최한 임시총회 마저 무산되면서 안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특히 안 회장이 이번에는 고양시체육회 체육인의밤 행사 1시간 전 또 다시 임시대의원 총회를 개최한다고 알리면서 "임시총회 개최에 대한 문자와 전화로 방해한 자에 대해 합당한 고발조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종목단체 관계자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성원이 되지 못한 경우는 많지만 이에 대한 처벌 사례가 없었던 점에서 안 회장이 고발 조치 등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자신의 레임덕 위기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두번이나 실패한 총회를 송년행사를 이용해 성공해 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안 회장은 “내부에서 제기되고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며 “채용비리는 그런 적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한편 안 회장은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업무방해(채용비리) 혐의로 수사해 의정부지법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 안 회장은 유소년 축구지도자 선발 과정에서 인사위에서 결정된 대상자를 바꾸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수사기관에 제출되는 등 채용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