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 원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0억·30억·50억 원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내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야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해 적용 시기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 원(또는 지분 1~4%)인 현행 기준보다 상향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해당 기준을 최소 20억 원에서 최대 50억 원 사이에서 높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억~30억 원이 가장 현실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주주 주식양도세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국회에서의 논의가 정리돼야 이 같은 기준 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경제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주주 기준 완화에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여야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아직 당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부자 감세’라며 기준 완화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는 매년 연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 주식양도세가 부과된다. 이로 인해 연말이 되면 양도세를 피하려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았다 이듬해 초에 다시 사들이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 여파로 연말 연초에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잦았다. 정부는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대주주 조건 완화를 검토해온 것이다.
주식양도세 과세가 시작된 2000년까지만 해도 대주주 기준은 100억 원이었지만 현재 대주주 기준은 2013년 50억 원, 2016년 25억 원, 2018년 15억 원을 거쳐 10억 원까지 내려갔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내리려다가 당시 홍남기 전 부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고 홍 전 부총리가 직접 사의를 표명하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