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100여마리만 있는 뿔제비갈매기…국내에 ‘번식터전’ 삼은 곳 어디?

전남 영광 육산도에 뿔제비갈매기 매년 찾아와 번식

뿔제비갈매기. 사진 제공=국립생태원

지구에 살아있는 개체가 100여마리밖에 안 되는 철새 뿔제비갈매기가 국내 무인도를 번식터전으로 삼은 것이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은 올해 3~6월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 찾아온 뿔제비갈매기 7마리가 2020년부터 매해 찾아온 개체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뿔제비갈매기는 중국 동해안에서 번식하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월동한다고 정도의 정보만 알려진 매우 희귀한 새다.


1937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다가 63년 만인 2000년 중국 남부 한 섬에서 4쌍이 발견돼 생존이 알려졌다. 이후 중국이 복원사업을 벌이면서 지난해 가을 중국 칭다오(靑島)에선 최대 124마리가 확인됐다.


뿔제비갈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험 정도가 절멸(야생 절멸) 직전 단계인 ‘위급’으로 규정돼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지정됐다.


육산도에 찾아오는 뿔제비갈매기들을 폐쇄회로(CC)TV와 무인 센서 카메라 등으로 관찰한 결과 뿔제비갈매기는 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국내 번식지에 도래해 4월 말 번식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을 낳기 전까지는 밤에만 섬에 머무르고 산란 후엔 먹이활동을 할 때 빼고는 섬에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알은 1개만 낳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산란 시기는 4월 15~19일로 중국에서보다 50일 정도 일렀다.


어미 새가 알을 품은 뒤 26~28일이 지나면 새끼가 부화하며 새끼는 태어나고 37~43일 만에 어미 새와 함께 비행을 시작한다.


국내 뿔제비갈매기가 번식지를 떠나는 시점은 7월 중·하순, 한국을 떠나 중국 산둥반도 쪽으로 이동하는 시점은 8월 초로 나타났다.


올해 육산도에서는 한 뿔제비갈매기의 ‘비밀스러운 사생활’도 드러났다. 2020년부터 매해 육산도에 온 것으로 확인된 뿔제비갈매기 중 수컷 2마리는 2016년부터 육산도에서 번식 활동을 벌여왔다. 암컷 1마리도 사진으로는 2017년부터 확인되지만 2016년부터 육산도에서 번식 활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암컷은 2016년부터 6년간 같이 번식 활동을 한 짝이 살아있음에도 올해 다른 수컷과 번식 활동을 했다. 일반적으로 갈매기 등 바닷새는 번식에 성공하면 짝은 바꾸지 않는다.


올해 육산도에서 확인된 뿔제비갈매기 암컷의 ‘변심’은 바닷새 전체로 봐도 매우 희귀한 사례여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육산도에 뿔제비갈매기가 찾아온다는 것이 처음 확인된 것은 2016년이다. 이때부터 한 번이라도 육산도에 도래한 적 있는 뿔제비갈매기는 2020년부터 매년 오는 7마리를 포함해 총 9마리다.


육산도는 영광군 7개 무인도를 묶어 부르는 ‘칠산도’ 가운데 하나로 뿔제비갈매기 번식지로 확인돼 2016년 특정도서로 지정됐다. 칠산도 전체가 괭이갈매기·노랑부리백로·저어새 등 멸종위기 새의 주요 번식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있다.


육산도는 뿔제비갈매기 번식지 ‘북방한계선’과 같다. 뿔제비갈매기가 멸종위기에 처한 원인으로 인간의 알 채취, 태풍, 큰제비갈매기와 교잡 등이 꼽히는데 육산도는 특정도서여서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고, 뿔제비갈매기 번식기(4~6월)에 태풍이 영향을 끼치는 일이 드물며 큰제비갈매기가 아닌 괭이갈매기가 많이 살아 유리한 번식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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