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반나체의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붙잡아두고 경비를 서 감시하는 듯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을 구금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민간인도 섞여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는 영상을 보면 가자지구의 시내 도로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남성들을 잡아놓고 경비를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00명이 넘는 이 남성들은 속옷만 걸친 채 무릎을 구부리고 바닥에 줄을 맞춰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거리엔 벗겨진 신발과 옷들이 널려있다. 이스라엘 군인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은 전날 저녁 온라인에 올라왔다.
로이터통신은 영상 속 장소가 가자지구 북동쪽에 위치한 베이트 라히아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하기 전 민간인들에게 대피를 권고했고, 이후엔 이스라엘군에 포위된 지역이다.
같은 날 저녁 온라인에는 팔레스타인 남성 수십명이 큰 구덩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됐다. 반나체의 남성들은 천으로 눈이 가려진 채 손은 뒤로 묶여 있다. 또다른 사진을 보면 반나체의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이스라엘군 트럭 뒤에 빽빽하게 실려 이송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언론은 이 영상이 하마스 대원들의 항복을 보여준다고 보도했고, 정부도 하마스 대원을 구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거리에 구금된 팔레스타인인들 영상과 관련한 질문에 이들은 모두 군인 연령의 남성으로, "몇주 전 민간인들이 대피해야 했던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중 민간인들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면서, 이들에 대한 비인도주의적인 대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거리에 잡혀있던 남성 중 팔레스타인 유명 언론인 디아 알칼루트도 구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런던에 본사를 둔 아랍어 뉴스 매체 '알 아라비 알 자디드'는 현지 특파원인 알칼루트가 그의 형제, 친척 그리고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군이 이들에게 옷을 벗도록 강요했고, '침략적인 수색과 굴욕적인 대우'를 했다고 비난했다.
영국 BBC방송은 베이트 라히아에서 사촌 10명이 이스라엘군에 잡혔다는 팔레스타인 남성의 주장을 전했다. 이 남성은 이스라엘군이 메가폰을 잡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집과 유엔 학교에서 나오라고 명령했다고 했다. 여성들에게는 인근 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고, 남성들에게는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총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정치인 하난 아쉬라위는 "(이 사건은)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노골적으로 굴욕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해당 영상에 우려를 표했다. ICRC 대변인 제시카 무산은 성명을 내고 "구금된 모든 이들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인간성과 존엄성을 바탕으로 대우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쟁 포로는 제3차 제네바 협약에 따라 모든 상황에서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명예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협박, 모욕, '대중의 호기심에 대한 노출'뿐만 아니라 모든 폭력행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