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다음 날, 숙취는 알겠는데…허리 ‘욱씬’ 나만 그래?[일터 일침]

■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연말 잦은 술자리에 혹사당하는 ‘간’
잦은 과음, ‘허리디스크’ 악화시킬 수도
약침, 심한 허리통증 시 빠른 회복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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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부장(51)은 요즘 낮보다 저녁에 더 바쁘다. 본격적인 연말을 맞아 회사 송년회부터 친구, 동호회 등 각종 모임 일정이 연달아 잡혀 있는 탓이다. 연이은 송년회 일정을 소화하느라 무리한 탓일까. 30대에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을 정도로 허리가 약했던 그는 과음한 다음 날 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일이 많아졌다. 어김없이 허리의 뻐근함을 느끼던 강 부장은 퇴근 시간이 되도록 통증이 계속되자 허리디스크가 재발한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퇴근 후 근처 한방병원을 찾은 그는 의료진으로부터 의외의 조언을 듣게 된다. 잦은 과음이 허리디스크로 인해 눌렸던 신경의 염증을 악화시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강 부장은 당분간 모임을 자제하고 절주와 생활습관을 개선하면서 자신의 건강 관리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거리 곳곳에 화려한 성탄절 조명들이 켜지며 연말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시기다. 달력에 송년회 일정이 하나둘 늘어나는 걸 보니 올해가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때로는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술자리로 인해 연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친한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는 즐겁지만 다음 날 숙취를 비롯한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술자리가 몰리는 연말에는 많은 이들이 간 건강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강 부장처럼 척추 질환이 있는 중장년층에게는 간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간기능 저하가 단순히 숙취 뿐 아니라 허리디스크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0월 발간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음주 심층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고위험 음주자’가 가장 많은 남성의 연령대는 50대(29.8%)로 집계됐다. ‘지속적 위험 음주율’의 경우 60대가 15.7%로 가장 높았다. 고위험 음주율은 남성 기준 하루 7잔 이상의 술을 주 2회 마신 비율을, 지속적 위험 음주율은 하루 5잔 이상을 주 4회 이상 마신 비율을 의미한다. 이처럼 음주량이 많은 중장년층은 허리 건강을 위해서라도 연말 과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간이 전신의 근육을 주관한다는 뜻에서 ‘간주근(肝主筋)’이라는 개념이 통용된다. 근육의 문제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질환의 원인이 간의 기능 저하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근육을 비롯해 전신에 영양을 공급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간이 약해지면 척추 근육에도 이상이 생기고, 결국 허리디스크와 같은 각종 척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 의존도가 높을수록 염증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에 척추 질환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허리 근육과 인대가 경직돼 음주 후 통증과 뻐근함을 느끼기 쉽다. 음주 후 허리 통증이 유독 심해졌다면 방치하지 말고 즉각 치료에 나서길 권장하는 이유다.


한방에서는 척추질환의 증상 개선을 위해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향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척추·관절을 바로잡아 특정 부위에 가중되는 부담을 줄여주는 한방수기요법으로 전신 균형의 회복을 돕는다. 침치료는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어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순수 한약재 성분을 주입하는 약침은 척추 손상으로 발생한 염증 및 통증을 신속하게 가라앉힌다. 한약 처방은 약해진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재발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허리 통증에 대한 약침 치료가 일반적인 물리치료보다 빠른 회복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생한방병원이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Journal of Pain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요통이 50% 이상 감소하는 데 소요된 기간은 물리치료군에서 평균 171일, 약침 치료군은 28일로 집계됐다. 약침 치료 군에서 약 6배 빠르게 증상이 호전된 것이다. 각 치료군의 평균 NRS(통증숫자평가척도)를 비교한 결과, 약침치료군은 치료 6주 차에 3.6 이상 감소했으나 물리치료군은 감소 폭이 2 미만에 그쳤다.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하다. 과다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과로 등 건강에 무리를 주는 생활은 지양해야 한다. 흡연도 삼가는 것이 좋다. 간은 인체 해독을 담당한다. 만약 매일 복용하는 약물이 있다면 음주로 인한 간의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도록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 문제로 고생하는 일 없이 건강하게 새해를 맞으려면 술 대신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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