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아랍 국가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이날 미국의 안보리 결의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오랫동안 미국을 따라다닐 부끄러운 딱지”라면서 “미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이 그들을 대량 학살의 파트너로 만들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안보리는 8일 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출한 휴전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이날 표결에서 프랑스와 일본을 비롯한 13개 이사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영국은 기권했기 때문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결의가 통과될 상황이었다.
미국 측은 이번 결의안이 현실적이지 않으며, 하마스의 공격을 비판하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우드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만, 당장 휴전을 하라는 것은 하마스에게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기회를 주는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아랍권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이번 결의안을 제출한 UAE의 무함마드 아부샤합 차석대사는 "가자지구의 가차 없는 폭격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단결할 수 없다면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이냐"며 "비슷한 상황에 있는 전 세계 민간인에게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