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아랍 국가들의 반발이 확산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출한 휴전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표결이 미국의 단독 반대로 무산되자 아랍 국가들은 물론 미국의 우방과 인권 단체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NYT는 “미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이번 상황과 관련해 “오랫동안 미국을 따라다닐 부끄러운 딱지”라면서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이 그들을 대량 학살의 파트너로 만들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안보리가 또 한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에이브릴 베누아 사무총장은 “미국이 인류에 반하는 표를 던졌다”면서 “대량 학살에 연루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전날 표결에서 프랑스와 일본을 비롯한 13개 이사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미국의 맹방인 영국은 기권했기 때문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결의가 통과될 상황이었다.
미국 측은 이번 결의안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하마스를 비판하지도 않아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우드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만 당장 휴전을 하라는 것은 하마스에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기회를 주는 데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 미국 정부는 무기수출통제법상 긴급 조항을 발동해 의회의 승인을 건너뛰고 이스라엘에 대한 탱크 포탄 수출에 나섰다. 무기 수출에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긴급 조항이 발동되면 의회를 우회할 수 있다. NYT는 “이처럼 이례적 절차를 사용하는 것은 미국 무기가 가자지구에서 사용되는 것에 대한 미 의회 내부의 우려가 커지는 것을 행정부가 의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