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전문심사인력, 제약 경쟁력 필수요건

■오동욱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

오동욱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

의약품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임상, 허가, 제조, 판매,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제약 회사는 의약품을 개발할 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자료들을 규제 기관에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규제 기관은 정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검토 및 평가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신기술 도입 등 의약품 개발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임상 시험이 진행되거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의약품이 제조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이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규제 환경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의약품 허가와 관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보건복지부 등이 규제 과학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규제 기관의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계획 수립, 정부 차원의 연구 사업, 민관 연구개발(R&D) 협력 등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규제 기관의 대응 중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식약처가 실시하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실태 조사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기간에는 인적·물적 자원 이동에 제약이 많았다. GMP 실태 조사도 서류, 영상 회의 등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엔데믹 전환 이후 GMP 실태 조사가 다시 대면 방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해외 제조소를 대상으로 심사하는 품목의 경우 GMP 실태 조사 대기 기간이 2년 이상 늘어 업계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GMP 실사 대기 기간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현장 실태 조사 대상 품목이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매우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GMP 실태 조사는 신약의 허가뿐 아니라 기허가 의약품에도 적용된다. 전반적인 의약품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동안 축적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 규제 기관과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신속하면서도 합리적·과학적 의약품 심사가 이뤄지려면 의약품 허가 심사 인력 확충도 절실하다. 2020년 각국의 규제 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료 제품 심사 인력은 8051명,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566명에 달했다. 한국 식약처의 허가 심사 인력은 305명으로 다른 국가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심사 인력의 부족은 현재 벌어지는 GMP 심사 지연을 포함해 국내 환자의 치료 기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개별 회사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국가 의약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R&D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제약·바이오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약품 분야 규제 과학의 균형 있는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규제 기관의 전문 인력 양성 및 확보에도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 범부처 간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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