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로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정작 당사자는 사퇴를 요구하는 비명계 등에 딴청을 피우는 듯한 근황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공개 발언에서 자신의 거취나 당내 갈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 대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고도 반성은커녕 뻔뻔한 무대응으로 응수했다”며 시선을 외부 주제로 돌렸다.
또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전면적 전환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이 대표의 행보 관련 문제에 대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을 정책 선거로 치르겠다는 기조 아래 당내 상황보다는 민생·경제 위주의 메시지를 주로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계파 간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비명계의 공천 학살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당 외부에만 시선을 두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나오는 모습이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이 최근 이 대표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 대표가) ‘뭐가 문제냐’고 해서 몇 년 동안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니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의 거취 결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비명계 의원들이 세력 규합에 나서며 친명계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신당 창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 이상민 의원과 30분간 만나 ‘이재명 체제’에 대항하는 세력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정세균 전 총리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며 비명계 결집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 출신 전직 총리 3인의 연대설에 대해서는 “김부겸 전 총리와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연대설은) 실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와의 만남 일정도 조율하며 친명·비명계와 두루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 갈등이 진화될 분위기가 보이지 않자 당내 중진·원로들까지 나서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쪽(국민의힘)이 전쟁할 때 우리가 뭉치면 승리하지만 우리도 분열의 길로 간다면 민주주의와 진보 진영에 반역자가 된다”며 “이 대표는 소통이 필요하고 이 전 대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