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둔화, 가전·자동차·항공 등이 이끌어… 식료품은 여전히 비싸

가전 등 내구재 가격 5개월 연속 하락
항공료·車, 수요 진정 속 가격 회복세
가계 체감 높은 식료품, 하락 징조 없어

지난 9일 미국 마이애미의 한 월마트 매장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살피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미국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까지 진정되는 크게 기여한 품목들은 가전제품과 정보기술(IT)기기, 항공권, 자동차 등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반면 가계에서 실질적 체감도가 높은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0월 3.2%로 지난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9.1%까지 올랐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약 3분의1 수준까지 떨어졌다. 11월 CPI 역시 블룸버그통신이 시장 전문가 대상 집계한 전망치를 보면 3.1% 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 가격 하락이 눈에 띈다. 미 상무부의 통계를 보면 가전제품 등 한 번 구입 후 오래 사용하는 내구재 품목들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기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서카나는 “TV 등 일부 가전제품의 가격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에 비해 낮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휴대전화 등 IT기기 가격도 작년부터 떨어지고 있다.


공급망 문제와 제조업체별 인력 상황이 개선되면서 생산라인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제품 가격도 떨어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폴 가뇽 서카나 기술소비재부문 고문은 “아시아에서 수입되는 상품이 안정적으로 들어온 데다 많은 사람이 팬데믹 초기에 이미 최신 제품을 구입한 바 있기 때문에 수요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가격 역시 작년 재고 부족 탓에 급등했으나 올해는 회복세다. 리서치 회사 JD파워 통계를 보면 지난달 신차 평균 구매가격이 약 4만5300달러로 작년 12월 4만7000달러보다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는 1만 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존 로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차 수급 균형이 맞춰졌기에 “앞으로 1년 정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료의 경우 지난해 수요 증가로 급등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우선하면서 항공사들이 미국 국내선을 중심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확대한 덕에 가격도 내렸다. 항공권 예약 앱 호퍼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크리스마스 연휴 평균 왕복 항공료가 350달러 선으로 전년동월대비 3% 올랐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는 2% 떨어졌다.


하지만 가계 체감도가 높은 식료품 가격이 진정될 기미가 없다. 미 노동부가 집계하는 식료품 가격은 10월에 전년동월대비 2.1% 올랐다. 덕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비식품 및 신선식품 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하락했지만, 장기보관 가능 상품과 기타 소모품 가격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마크 클루즈 캠벨 수프 CEO는 “적어도 식료품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대다수 상품에서 어떠한 가격 하락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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