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보완시공·정보공개 의무화 '초강수'…업계는 "분양가 상승 불가피"

■층간소음 기준 미달땐 준공불허
사후확인제 도입에도 실효성 없어
건설사 책임 강화·검사결과 공개
신기술 비용 분양가 반영기준 빠져
업계 "손실 최소화 등 대책 보완을"


정부가 이번에 층간소음 관련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단순히 건설 업계 이슈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해 신축 아파트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자체가 시공사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기준에 미달하면 아예 ‘준공 불승인’이라는 일종의 처벌 규정을 꺼내든 것이다.


건설사의 책임을 강화한 조치에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층간소음 기준(49㏈) 자체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규정에 미달하면 준공 승인 불허 조치를 받을 수 있어 공사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 이는 공기 지연 및 공사비·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건설 업계는 층간소음을 줄이는 신기술 비용들이 분양가에 어떻게 반영이 되는지 기준이 없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건설 시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 시공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준을 못 맞추면 아예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지자체가 준공 승인을 하지 않으면 아파트 입주 절차는 전면 중단된다. 입주가 지연되면 지체 보상금과 금융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또 지금은 건설사가 보완 시공과 손해배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장기 입주 지연 등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완 시공을 손해배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입주민들에게 손해배상하는 아파트의 층간소음 검사 결과는 국민들에게 전면 공개한다. 임차인과 장래 매수인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층간소음 점검 시기는 앞당긴다. 아파트를 다 지은 상태에서 층간소음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재시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별 품질점검단이 공사 중간 단계(준공 8~15개월 전)에 샘플 세대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한다. 또 지금은 전체 가구 중 2%를 표본으로 뽑아 층간소음을 검사하지만 앞으로는 5%로 늘린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500세대의 경우 샘플조사 세대수가 5%로 늘어나면 비용이 2000만 원 정도 더 들며 가구당 4만 원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 기준 미달 아파트의 보강 시공 의무화와 손해배상 시 정보 공개는 주택법이 개정돼야 한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안 제출과 논의는 내년 6월 임기를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축 아파트의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현재 바닥 방음 보강 공사, 방음 매트 시공 비용을 융자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돈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지원 가구 수가 미비하다. 이에 정부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재정 보조를 병행하고 융자 사업도 지원 금액과 이율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한다. 또 한국주택도시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에 대해서는 2025년부터 바닥 구조 1등급을 전면 적용한다. 바닥 두께를 기존 21㎝에서 25㎝로 상향하고 고성능 완충재 사용을 통해 층간소음 기준 1등급을 도입한다.


건설사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원칙을 준수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준공 불허’는 상당한 부담으로 느끼는 모습이다. 원 장관은 건설사들이 현재의 시공 기준만 제대로 지킨다면 추가 비용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준공 불승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공사를 더 철저히 해야 해 이 과정에서 공기 지연,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층간소음을 줄이려면 바닥을 두껍게 시공해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이 경우 30층짜리 아파트를 29층만 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어 건설사의 손익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규정이 엄격해지면 공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건설사들이 최근 층간소음 저감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분양가에 반영할 기준이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는 층간소음과 관련해 건설사가 새로운 기술 등을 도입할 경우 분양가에 어떻게 반영할지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특히 보완 공사로 인해 공기가 지연될 여지도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시행사 등과 나누지 않고 건설사가 홀로 책임지게 한다면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건축물의 성능 향상에 필요한 비용이 분양가에 적절하게 반영된다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발표 내용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는데 사업자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줄여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반영돼야 긍정적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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