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을 걷던 글로벌 명품 기업 주가가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반등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투자 상품 수익률도 상승세다. 다만 럭셔리 업체들의 주가가 ‘반짝 반등’에 그칠 수 있어 기업별 실적에 따른 선별적 투자에 나설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 달(11월 8일~12월 8일) 동안 ‘HANARO 글로벌 럭셔리S&P(합성)’와 ‘KODEX 유럽 명품 TOP10 STOXX’ 주가는 각각 6.41%, 5.08% 올랐다. ‘IBK 럭셔리라이프스타일’ 공모펀드도 같은 기간 4.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 상품 모두 에르메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글로벌 명품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이들 펀드의 투자 기간을 6개월로 늘리면 수익률은 -6%~-4%대로 부진하다. 에르메스와 리치몬트, LVMH, 페라리 등 주요 명품 기업들이 올 2분기 모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주가가 10월까지 급락한 때문이다.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이들 기업들의 실적에 타격을 줬다. 실제 LVMH는 3분기 매출이 올 들어 분기 기준 처음으로 200억 유로를 밑돌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중국 외 시장에서도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3분기 기준 미국 소비자들의 명품 패션 제품 관련 카드 지출은 6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 초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이후 긴축 종료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증시에 온기가 돌자 명품주들도 덩달아 상승했다. 명품주 대다수가 포함돼 있는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11.38% 올랐다.
최근 주가 반등에도 전문가들은 내년 명품 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직후 ‘보복소비’ 열풍이 사그라든 데다가 주요 소비국인 미국·중국의 수요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UBS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시장 성장률은 2016년~2023년 연평균 10%에서 내년 6%로 하락할 전망이다. 김정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다운 사이클 진입 우려가 현실화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업황 악화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에는 선별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BS는 경기 침체에도 하방 압력이 덜한 에르메스, 밸류에이션이 낮은 리치몬트·휴고보스 등 세 종목을 추천주로 꼽았다. 국내 금융상품의 경우 KODEX 유럽 명품 TOP10 STOXX(39.29%), IBK 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19.72%), HANARO 글로벌 럭셔리S&P(합성)(16.24%) 순으로 리치몬트·에르메스 합산 비중이 높고 휴고보스에 투자하는 상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