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반도체 팹리스업체인 리벨리온의 신규 투자 유치 과정을 KT(030200)가 투자를 주도하면서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투자 과정에서 KT가 리드 투자자 교체에 관여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부 잡음이 있기도 했지만, 투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다만 벤처투자업계에서는 리벨리온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KT가 과도하게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는 리벨리온이 최근 16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새로 수혈하는데 계열사인 KT클라우드·KT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약 33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리벨리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서 KT그룹이 최대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내년 초까지 자금 납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KT는 이미 리벨리온에 작년 7월 300억 원을 투자한 주요 주주여서 추가 투자를 통해 누적 투자금이 600억 원을 넘어서면서 리벨리온 지분율도 기존 8.5%에서 13%까지 늘어 2대 주주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다.
문제는 이번 투자 과정에서 KT가 영향력을 행사해 리드 투자자를 교체하는 데 관여하고, 새 투자자를 합류시킨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리벨리온 신규 투자를 주도하려던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갑자기 제외되고, 뒤늦게 다른 A투자자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면서 "KT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리벨리온 측은 A투자자의 참여에 KT의 영향력이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A투자자와는 이번 투자 유치 이전부터 소통하고 있었고, KT가 영향을 끼친 부분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KT는 이번 투자 후 리벨리온 이사회에 추천 이사를 한 명 더 확보하게 된다. 리벨리온 이사회는 현재 박성현 리벨리온 창업자 겸 대표와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6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KT측 이사가 2명으로 늘며 3분의 1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리벨리온 입장에선 KT가 주요 주주이자 이사회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주요 제품 공급처여서 KT의 몇몇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전해진다. 리벨리온은 올 해 5월부터 자사의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반도체인 '아톰(ATOM)'을 KT클라우드에 공급하고 있다. 사실상 리벨리온의 올 해와 내년 매출의 대부분을 KT에 의존하고 있어 업계 일각에선 KT가 대규모 투자와 제품 공급 계약 등을 앞세워 리벨리온을 마치 자회사 중 한 곳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의 과도한 투자 개입 의혹에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한투파가 투자에서 빠진 것은 온전히 저와 이사회의 의지로, 한투파가 경쟁사인 다른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KT 측은 “투자 판단의 주체는 리벨리온으로 KT는 전혀 관여한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리벨리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는 KT 뿐아니라 KDB산업은행, 파빌리온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 등 기존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자로는 노앤파트너스와 프랑스의 코렐리아캐피탈 등이 거론된다. 투자 후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약 78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돼 유니콘 기업을 눈 앞에 두게 된다. 지난해 시리즈A 투자 유치에서 리벨리온의 몸값은 3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