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미완에 그친 혁신위원회의 조기 해산 책임을 놓고 연일 거센 책임론에 직면하고 있다. 김 대표는 11일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당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정작 이어진 공식 브리핑에서는 비주류에 대한 당 지도부의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김 대표를 겨냥한 일부 중진 등을 향해 사적 이익을 탐한다며 공개 저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동 이행의 구체적인 시기나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사실상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 벌기 차원이라는 당 안팎의 해석을 낳았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김 대표 등 당내 주류를 겨냥해 불출마, 험지 출마를 요구한 ‘희생’ 혁신안 등을 이날 지도부에 최종 보고하고 조기 해산했다. 이에 대해서도 지도부는 당장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대신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해 당 기구에 혁신안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달 중순 공관위 출범을 예고했던 국민의힘은 총선기획단과 공관위 활동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와 주류 중진을 향해 결단을 요구하는 당내 주장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는 비판 발언이 쏟아졌다. 이날 회의에서 김석기 최고위원은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후 브리핑에서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어제오늘 (사퇴를) 주장한 분들이 ‘견리(見利·이익을 본다)’보다도 ‘탐사리(貪私利·사적 이익을 탐하다)’ 수준으로 간 듯하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는 앞서 김 대표 사퇴론을 주장한 일부 부산·경남(PK)의 중진 등을 겨냥한 발언인 것으로 정치권은 풀이하고 있다. 지도부는 당내 비판을 ‘내부 총질’이라고 규정하며 지도부를 중심으로 총선까지 단일대오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 지지율과 여론이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김 대표가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택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재의 지도부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 6석 확보에 그칠 수 있다는 등의 비관적 판세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결국 김 대표가 (총선 패배 우려를 불식시키고 민심을 돌리기 위한 결단 차원에서) 본인의 거취를 밝힐 때가 오게 될 것”이라며 “최소한 현재 본인의 지역구(울산 남구을)를 벗어나겠다는 이야기는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앞으로 총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김 대표의 희생 결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