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울고, 보령 웃었다…1500억 '케이캡' 두고 주가 '희비' [Why 바이오]

종근당에 케이캡 판권 계약해지 통보
국내 전통제약사 보령과 막바지 협상
이르면 이번주 중 최종계약 확정될듯
케이캡, 올해 1500억 처방 실적 예상

사진 설명

국내 전통 제약사인 종근당(185750)과 보령(003850)이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판권을 두고 벌인 승부에서 보령이 승리했다. 케이캡은 HK이노엔(195940)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올해 약 1500억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케이캡의 판권이 보령에 돌아가면서 양사의 주가는 희비가 갈렸다. 업계에선 케이캡을 확보하는 제약사가 큰 매출 성장 폭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1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종근당의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900원 하락한 12만 8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종근당의 주가는 장중 12만 5700원까지 하락했다가 장을 마감하기 전 상승 흐름을 보였다. 반면 보령의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200원(12%) 오른 1만 1190원을 기록했다. 보령이 케이캡 판권을 따내면서 이같은 주가 변화를 보였다.


소화기 약제 강자 종근당…케이캡 실적 끌어올린 주역

종근당은 소화기 분야 약제 영업에 강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영업력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회사로 분류된다. 종근당은 2019년 1월 HK이노엔과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한 이후 케이캡의 처방 실적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 지난달까지 케이캡의 처방 실적은 약 1433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의 처방 추세라면 케이캡은 올해 약 1500억 원의 처방 실적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이 케이캡의 시장을 빠른 속도로 넓힌 만큼 업계에서는 종근당이 케이캡의 판권을 다시금 가져올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왔다. 실제 증권 업계에선 케이캡 판권 재계약이 이뤄질 경우 종근당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케이캡의 새 친구 찾기…'장두현 호' 보령으로


장두현 보령 대표. 이호재 기자

HK이노엔은 최종적으로 보령을 택했다. HK이노엔은 지난주 종근당에 케이캡 판권 계약 해지 통보를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HK이노엔은 보령과 협업하거나 자체적으로 유통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로선 케이캡의 유통을 보령이 담당하고 구강붕해정의 판매는 HK이노엔이 맡는 안이 유력하다.


당초 종근당이 케이캡 판권을 재차 가져올 수 있을 거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종근당과는 재계약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캡 판권 계약은 이르면 이번주 중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캡은 1000억 원 이상의 처방 실적을 올리는 만큼 판권을 가져오게 되면 회사 매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은 국내 대형 병원부터 시작해 일반 병의원에도 강한 영업력을 갖고 있다. 보령은 국산 제15호 신약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 뿐만 아니라 각종 항암제 등을 판매하며 제약 업계에서 전례 없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실제 보령은 2014년 약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연 매출 85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력을 바탕으로 내년 1조 원의 매출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장두현 보령 대표가 현장에 직접 나서며 영업망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K이노엔도 보령의 이같은 영업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들 주목한 케이캡, 뭐길래


HK이노엔 CI. 사진 제공=HK이노엔

케이캡은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경쟁 약물 출시에도 불구하고 처방 실적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P-CAB 계열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보다 약효가 빠르고 식사 여부와 상관 없이 복용할 수 있다. 케이캡의 처방 실적은 지난 10월까지 12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까지 1074억 원의 올린 케이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0% 성장했다.


케이캡은 빠른 속도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케이캡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소화성궤양·만성 위축성위염 환자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 요법 등 국내 동일 계열 치료제 중 가장 많은 적응증을 갖고 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HK이노엔의 매출에서 케이캡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에서 케이캡의 비중은 10%였으나 올해 1분기 케이캡의 매출 비중은 13%로 증가했다. 3분기 기준 매출 중 케이캡 비중은 14%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MSD와 가다실 등의 백신 유통 계약을 종료하며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 치료제, 로슈의 인플루엔자 치료제 등의 제품도 확보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경구제 중심 포트폴리오로 내실을 키우는데 집중할 예정”이라며 “대형 제품들을 바탕으로 내년을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찍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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