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급락에 원유·천연가스 상품 ‘희비교차’

中 수요 둔화 우려에 에너지 급락세
‘곱버스’ ETN 최고 87% 수익냈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 반토막 수준까지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국제 유가가 급락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유·천연가스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에너지 수요가 덩달아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1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등락폭을 2배 추종하는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는 11월부터 이달 8일까지 37.5% 급등했다. 대표적인 WTI 인버스 투자 ETF인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 ETF(H)’도 같은 기간 16.72%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천연가스 관련 곱버스 ETN의 수익률은 더 치솟았다. 11월 이후 이달 8일까지 ‘메리츠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H)’는 87.56%의 수익률로 전체 ETN 중 1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 KB, 하나, 한국투자의 ETN 역시 70~80%대의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했다. ‘미래에셋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H)’ 등 1배 인버스 상품은 33~38%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유·천연가스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낸 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점치고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떠안았다.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 중에서는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이 52.33%의 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증권사의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 역시 50%대 손실률로 한 달여 만에 투자 원금이 반토막났다. ‘신한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등 원유 레버리지 상품 역시 27~29%대의 손실을 냈다.


원유·천연가스 관련 상품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중국발 수요 둔화 우려에 에너지 가격이 폭락한 영향이다. 지난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부채 증가 문제를 지적하자 중국 내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WTI 가격은 10월 말 배럴당 81.02달러에서 이달 8일 기준 71.23달러로 12.09% 하락했다. 6일에는 배럴당 69.38달러까지 떨어져 5개월 만에 처음으로 70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 역시 10월 말 1만 MMBtu(열량단위)당 3.38달러로 올 하반기 중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11월부터 급락세로 전환해 23.7% 하락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방 지지선을 구축했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번주 후반 발표가 예정된 에너지 기관들의 월간 보고서 내용에 따라 가격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과잉 공급에 대한 전망 속 하락한 만큼 주요 에너지 기관의 수급 전망에 따라 등락을 보일 것”이라며 “내년 수요 증가 전망치 변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의 자발적 감산이 수급 여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추후 전망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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