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엔푸쫑 공산당 서기장의 초청으로 이틀간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교두보인 베트남을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번 시 주석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기존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에서 중국이 주창해온 ‘운명공동체’로 재정립될지 주목된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쫑 서기장 초청으로 이날 베트남을 방문한 시 주석은 보반트엉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팜민찐 총리도 접견한다. 양국은 교류와 안보·수출입과 관련해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양국을 연결하는 철도와 고속도로 등 사회 기반시설 투자 및 지원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은 6년 만이다.
이달 1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시 주석의 국빈 방문 일정과 현안을 사전 조율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양국 관계가 중국이 주장해온 ‘운명공동체’로 재정립하기로 합의가 됐기 때문에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성사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비동맹을 표방하는 베트남은 한국과 인도·러시아·중국·미국·일본 6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운명공동체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보다 한층 깊은 관계를 뜻한다. 중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교역국이며 올해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15년이 됐다. 양국의 지난해 교역액은 1756억 달러(약 228조 원)에 달한다.
시 주석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이후 3개월 만이다. 미국과 베트남이 전략적으로 더 가까워지기 전에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9월 베트남을 방문해 쫑 서기장과 만나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인텔·구글·앰코테크놀로지·보잉 등 다수의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방문해 현지 투자 및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과 베트남은 새로운 반도체 파트너십을 맺고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토류 공급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