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다음 동선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된다. 해당 기술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쇼핑하러 가는 사람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식의 개인화 서비스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박정 SK텔레콤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SK텔레콤 연구팀은 지난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제31회 미국컴퓨터학회(ACM) 시그스페이셜 학술행사에서 ‘연합학습’을 통해 안전하면서도 정확하게 이용자들의 동선을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주재걸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대학원 교수 연구실 소속이며 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시그스페이셜은 컴퓨터 과학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ACM 산하의 공간정보 특별관심그룹(SIG)이다.
스마트폰의 위성항법시스템(GPS) 같은 위치 데이터를 토대로 이용자의 동선을 예측하는 기술은 특정 지역의 유동인구를 모니터링하거나 맞춤형 광고 같은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반 기술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지오비전’이라는 유동인구 기반의 상권분석 솔루션을 확보했다. 주 교수는 “동선 예측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도 연구되고 있는 기술”이라며 “다만 개인의 위치 정보를 중앙 서버가 수집해 학습하는 현재 방식은 프라이버시(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상용화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서도 기존과 맞먹는 정확도를 갖는 새로운 학습법을 이번 논문을 통해 제시했다. 개인별 동선을 특정하지 않고 대신 다수 이용자의 움직임을 일종의 가명정보로 파악하는 연합학습 방식을 채택했다. 중앙 서버는 각 지역의 ‘로컬 클라이언트 모델’들이 부분적으로 학습한 결과만을 전달받고 개인별 동선은 직접 알 수 없게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방식이 기존에 비해 정확도가 밀리지 않는다는 것도 소규모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에이닷’을 포함한 다양한 AI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전 세계 AI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글로벌 AI 컴퍼니’ 비전을 제시했다. 동선 예측은 박 연구원 주도로 SK텔레콤 내부에서 수년 간 연구가 진행돼 왔으며 KAIST AI대학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