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巨野 ‘이자제한법’ 1순위, 불법 사금융 조장 역효과 경계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취약 계층을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 수 있는 ‘금융 포퓰리즘’ 법안을 밀어붙일 기세다. 민주당은 12일 여야가 참여하는 ‘2+2 협의체’ 첫 회의에 연내 반드시 처리해야 할 10개 법안 중 ‘이자제한법(은행법 개정안)’을 1순위로 제시했다.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를 초과해 돈을 빌리면 이자 전액을 주지 않아도 되고 연 40%를 초과하면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최고 금리를 초과하는 이자에 대해서만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해 당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내년도 예산안 통과가 시급한 국민의힘이 주고받기 차원에서 법안 처리에 협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신용 취약층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줄여주겠다는 법안 취지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민층 표심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 그러나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고 이자율을 초과했다고 이자나 원금 약정 전부를 무효화하는 것은 사적 계약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과잉 입법이라는 것이 법원행정처와 법무부의 해석이다. 해외에도 유사한 입법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자제한법은 ‘시장의 역습’을 초래해 불법 사금융과 고금리 사채가 더 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가 2021년 7월 최고 금리를 인하한 이후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쫓겨나면서 불법 대출과 추심이 급증하는 추세다. 대부업계는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에 손실 규모가 커지자 신규 대출을 대폭 줄이거나 영업 면허를 아예 반납하고 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해 ‘우수 대부업자’ 활성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불법 사금융을 줄이려면 정부와 정치권은 이자제한법 도입이 아니라 현행 최고금리 제도의 보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프랑스 등 일부 국가처럼 기준 금리 변동에 따라 최고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연동형 금리’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햇살론’ 등 정책금융 활성화도 필요하다. 제도 정비와 더불어 불법 사금융 처벌과 불법적인 이익 박탈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