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FOMC, 이제 인하 논의 중”…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 선언

■12월 FOMC 기자회견
파월 “금리 인상, 기본 정책 아냐”
기준금리 5.25~5.5% 동결…‘금리 정점’
점도표, 내년 기준금리 4.6% 제시
“금리 인하가 주제”…피벗 논의 공식화
인플레·고용 추세 호평 “주요물가 둔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진행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사실상 이번 긴축 주기에서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금리 인하 논의가 시작됐음을 공식화했다. 인플레이션이 진전을 보인다고 판단하면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의 폭과 시점으로 넘어가게 됐다.


파월 의장은 12일(현지 시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한 기자 회견에서 “금리 인상은 두 세 달 전과는 달리 이제는 더 이상 기본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인플레이션 주기에서 금리 인상은 현재 수준인 5.25~5.5%에서 마무리하게 됐다.


연준은 이날 12월 FOMC 결과를 담은 성명문에서 5.25~5.5%이던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성명문에서는 이번에 삭제가 될 지 관심을 모았던 “추가적인 정책 강화”라는 표현은 유지됐지만 앞에 ‘어떤(any)’라는 단어가 붙었다. 이는 지난달 까지는 금리 인상을 기본 전망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그 가능성이 낮다는 뉘앙스를 추가한 의도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어떤(any)’ 이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우리가 아마도 금리 정점에 있거나 가까워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이제 금리 인하 논의를 본격화했다. 파월 의장은 11월 FOMC 까지만 하더라도 “금리 인하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하가 FOMC의 논의 주제 였다”며 통화 정책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내년 기준금리 전망은 9월 5.1%에서 이날 4.6%로 0.5%포인트 낮춰 잡았다. 한 번에 0.25%포인트씩 인하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 5.25~5.5%에서 4.5~4.75%까지 세 차례 내린 다는 의미다.


연준이 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하고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전환) 준비에 돌입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이제 둔화 궤도에 안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인플레이션은 세가지 영역, 즉 상품과 주거비,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 모두에서 진척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우리가 진전을 보고 싶어했던 주거비 제외 서비스 물가(슈퍼코어인플레이션)도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용실이나 치과, 잔디 관리 등 대다수의 서비스 업종이 포함된 슈퍼코어인플레이션은 가격 구성 요소 중 인건비의 비중이 커 고용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이다. 이에 파월 의장이 가장 떨어지기 어려운 영역으로 주목했던 분야다. 파월 의장은 “정신없던 노동력 부족 시대도 이미 지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그 누구도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며 “현 시점에서 이같은 행동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면 추세 이하의 성장이 한동안 이어져야 하고 고용 시장 여건도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이날 제시한 경제 전망과도 부합한다. 연준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상승률 전망을 9월 2.1%에서 2.6%로 상향 수정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9월 1.5%에서 이날 1.4%로 낮춰 잡았다. 이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약 1.8%) 밑도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물가는 더욱 안정될 것으로 봤다. 올해 기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전망치를 9월 3.7에서 이날 3.2%로 하향 조정했으며, 내년 전망도 기존 2.6%에서 2.4%로 낮췄다.


특히 실업률 전망은 올해 3.8%, 내년 4.1%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고용이 크게 약화되지 않는다는 전망으로 사실상 성장과 고용이 크게 훼손되지 않으면서 물가가 안정 궤도에 들어서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가깝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