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터 스냅샷]부당 염매·독과점 숙제 안은 공정위

빗썸 '부당 염매' 고발에…"소비자 실익이 중요"
당국, 지속적 수수료 인하 유도…업비트 선례도
공정위, 시장 논란 불식하고 건전 경쟁 조성해야


가상자산 거래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는 빗썸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빗썸의 수수료 무료화가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고발이 제기된 것이다. 한 투자자 단체는 지난 13일 빗썸이 거래소의 유일한 수익원인 거래수수료 가격을 현저히 낮춰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시키는 부당염매행위를 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투자자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이지만 정작 투자자 입장에선 뜬금없는 주장이다. 낮은 수수료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거래 환경으로 이어진다.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수료율은 주식 시장보다 높아 투자자 부담이 과하다’며 외려 수수료 인하를 권고해온 바 있다. 당국이 발표한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자산 매매 평균 수수료율은 0.15%로 0.01%대의 증권사 온라인 거래 수수료의 10배 수준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수료 인하 시도는 이미 선례가 많다. 대다수 거래소가 수수료를 할인하거나 일정 기간 면제하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인 업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였던 업비트는 낮은 거래 수수료율로 경쟁력을 높였다. 기존 0.139%인 원화 마켓 거래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5%까지 낮추고 6년째 유지하고 있다. 값싼 수수료는 업비트가 단숨에 빗썸을 제치고 8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불공정행위 피해자로 지목된 중소 거래소들 역시 이번 고발이 자칫 논점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은행 실명계좌 발급이 되지 않는 한 거래수수료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중소 거래소가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건 수수료 인하 경쟁 때문이 아니라 당국이 간접 규제를 통해 실명계좌 발급 문턱을 높여버렸기 때문”이라며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 싸움에 다른 거래소들을 들러리로 끼워넣었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투자자의 분노가 향할 방향은 내부가 아닌 외부다.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에만 원화 거래를 허가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 2년 만에 중소 거래소가 줄도산하고 있다.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8곳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10곳은 거래수수료 매출이 전무하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실명 계좌 발급을 허가한다는 명확한 규정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들은 절대 ‘갑’인 은행·당국의 결정만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번 고발장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는 엉뚱한 싸움으로 보이는 이유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독과점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경쟁 환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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