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무리를 한국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겐 매우 특별합니다. 최고의 건반 음악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어요.”
글렌 굴드의 뒤를 이은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이 한국을 찾았다.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5년 만의 내한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바흐의 천재성, 추상성을 담은 곡을 선보이게 됐다"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내한은 그가 25년 동안 녹음을 희망했던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 발매 기념으로 진행됐다. 아리아와 30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높은 기교를 필요로 하고, 연주 시간이 천차만별인 등 연주자에 따라 그 해석이 매우 다양하다. “아리아를 중심으로 30개의 행성들이 공전하는 태양계 같은 곡”이라고 곡을 설명한 올라프손은 “각각 변주곡들이 모두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낸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앨범 이후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고 있지만 “나는 바흐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바흐는 제 자신과 음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선생님”이라며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1955년 녹음된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14살 때 처음 들었다는 그는 “아리아라는 작은 세포같은 소재로부터 수많은 변주들이 발생했다는 점이 놀랍다”며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리를 색으로 느끼는 ‘색청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계속해서 제 음악이나 연주에 미묘한 영향을 줬던 것 같다”고 말한 그는 “각각의 음들이 갖고 있는 강렬함을 최대한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G키인 골드베르크는 빨간색 내지 오렌지색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올라프손은 쉬지 않고 녹음 앨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바흐의 ‘아다지오’ 모차르트의 ‘주 찬미하라’ 칼달론스의 ‘아베 마리아’가 수록된 ‘프롬 아파르’를 냈다. 2021년 도이치그라모폰과의 첫 정규앨범 발매 이후 벌써 여섯 번째다.
10월에는 이번 투어의 레퍼토리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레코딩 앨범도 발매했다. 그는 “녹음하기 전에는 바흐와 저를 일치시켜야 한다 생각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즉흥적 접근방식을 취했다”고 녹음 비화를 전했다. 또 “연주할 때마다 바흐가 시간여행을 하고 옆에 온 느낌”이라며 “미니멀한 곡인 만큼 바흐와 함께 공동 창작을 한다고 생각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개성 있게 연주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13일 고양 아람누리에서 공연을 펼친 그는 15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 다시 한번 골드베르크 연주곡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