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어 코스트코까지…유통가 제주쟁탈전

작년 쿠팡·지난달 컬리 진출 이어
서귀포 신화월드서 2026년 개점
中 관광객 겨냥 시너지 효과 노려
대형마트 3사, 마케팅 전쟁 채비
지역 상품 확대·매장 리뉴얼 주력



미국 창고형 대형 할인마트 코스트코가 제주 상륙을 예고하면서 제주가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많은 종류의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코스트코가 입점할 경우 기존 고객 이탈이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쿠팡, 컬리 등 e커머스 업체들도 제주에 공을 들이고 있어 제주 내 유통 전쟁은 앞으로 더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지난 8월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 내 상업시설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후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현재 진행 중이다. 코스트코는 이르면 내년 제주신화월드를 운영하는 람정제주개발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정식 오픈할 계획이다.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연면적 3만3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람정제주개발은 제주도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관광지 중 한 곳인데다가 코스트코가 중국 내에서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코스트코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 중국 설 연휴 기간 중국 상하이 코스트코 매장은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가운데 매출액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신화월드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신화역사공원은 유원지로 제주도의 건축 허가와 서귀포시의 대규모 점포 등록을 위한 협의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상 지역상생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수적이다. 이에 코스트코는 지역판매상품과 차별화된 상품 판매, 농수축산품 창구 개설, 지역 농협 등과 납품공급계약, 지역 주민 우선 채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트코의 입점 계획이 발표되며 유통업계에서는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쿠팡은 2021년 제주도 내 로켓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달에는 음식 가격의 10%를 할인해주는 쿠팡이츠 와우할인까지 확대했다. 회원 ‘가두리(록인) 효과’ 때문이다. 컬리는 편의점 CU와 제주 지역에서 CU 매장을 활용한 픽업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제주 지역에서는 컬리의 하루배송과 샛별배송 모두 불가능해 편의점의 영업망을 활용해 우회 진출하는 셈이다.


제주도 내 유통업계 격전 예고에 기존 대형마트 3사도 전투 채비에 나섰다. 제주시 2곳, 서귀포시 1곳의 매장을 운영 중인 이마트(139480)는 제주 지역 특화 판매 상품을 넓히고 있다. 제주산 오이, 감자 등 시즌 상품부터 감귤, 한라봉 등 대표상품은 물론, 제주 3개 점포에서 제주 한우와 돼지 등을 상설 판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농가와 상생협력을 위해 안테나숍(탐색매장)을 항시 운영 중이다. 올해 기준 28개 우수 업체가 110여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8월부터 제주도에 백화점과 아울렛이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패션 매장 리뉴얼에 나섰다. 백화점급 브랜드를 유치하고 인테리어를 고급화 해 36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덕분에 패션 매출은 리뉴얼 이후 지난 달까지 30% 이상 상승했다. 홈플러스는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 기획전, 다양한 가격 행사를 여는 등 고객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에 관광객 뿐 아니라 인구도 늘고 있지만, 서귀포시는 영어교육도시가 있음에도 외국계 대형 할인점이 없다"며 “코스트코가 입점할 경우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제주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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