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영구채 전환·사외이사 수용' 관건될듯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하림 유력
공정성 논란에 부담 해운업황 악화도 고려
부실한 자기자본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여전


KDB산업은행은 지난 달 23일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끝난 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통상적으로 1~2주가 소요되지만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소요 기간보다도 앞당기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우선협상자 선정 논의 과정은 산은의 계획과 다르게 흘러갔다.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가 본입찰 가격을 높게 쓰는 대신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JKL 주주 간 협약서(SHA) 적용 예외 △산은·해양진흥공사 사외이사 지명 불가 △사전 경영 협의 요건 명확화 등의 조건을 역제안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3일 열린 관계 부처 차관 회의는 HMM 우협 대상자를 먼저 선정하고 매각에 속도를 낸다는 방향으로 일단 키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협 선정 발표를 계속 늦출 경우 여론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악화하는 해운 업황을 고려할때 이번에 팔지 못하면 장기간 매각이 어렵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일 기준 1032.21로 호황기였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5분의 1 토막이 났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차관급 만남에서 세부 조건을 협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논의 과정에서 산은 쪽에 힘이 실리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해수부가 발목을 잡는다”거나 “기업 매각 과정을 잘 모른다”는 지적이 일부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영구채 처리와 매각 측 사외이사 지명 같은 핵심 조건을 하림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영구채 주식 전환 3년 유예→3년 간 정부 지분 0%→정부 측 사외이사 전무→사전 경영협의 불가→하림, 배당확대·지분매각 등 조기 자금회수’의 시나리오를 우려해 왔다. 특히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늦춰지면 특혜 논란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산은이 영구채 3년 유예에 부정적이라고 하지만 이 부분이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협상 과정에서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 면서 “하림 측이 제안한 사안들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 때문에 하림의 자격 논란이 확산될 경우 우협에 선정되고도 HMM 매각 계약이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역제안 내용을 바탕으로 자금조달 계획을 짰을 가능성이 있어 핵심조건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산은은 “연내에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기본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HMM 인수를 둘러싼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된다. 인수 자금이 6조원을 훌쩍 넘는데다 노조 등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서다. 한국노총은 이날 “국민 기업 HMM의 졸속 매각에 반대한다”며 “특정 기업을 위한 졸속 매각은 조합원과 국민이 이뤄낸 HMM 유보금을 약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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