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늦어진 금리 인하에 속앓이를 하던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고진감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를 시사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미국발 훈풍에 국내 채권금리도 일제히 하락하며 국내 장기채 ETF 투자자들 역시 덩달아 환호했다.
1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미국채 30년물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이날 전날 대비 3.26% 급등한 90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9000원 고지를 회복한 건 올 8월 2일 이후 처음이다. 올 10월 23일 최저점(7652원)에 비해서는 무려 18.07% 급등했다.
연준이 간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를 4.6%로 제시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한 영향이다. 목표 기준금리가 4.6%라는 것은 내년 중 세 번까지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FOMC에 미국 증시 마감 직후 30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12.6bp(1bp=0.01%포인트) 내린 4.184%를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금리 역시 17.6bp 내린 4.028%를 기록해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해지며 연초부터 3조 원 이상을 쏟아부은 장기채 개미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국채금리가 1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 10월 말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투자자들은 평균 -13.17%의 손실을 봤지만 이달 12일 기준으로는 -0.64%까지 손실 폭을 좁혔다.
개인투자자들의 연초 이후 미국 장기채 ETF 순매수 금액은 총 3조 4145억 원에 달한다. 해외 상장 ETF 4종(2조 8336억 원)에 3조 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고 국내 상장 ETF 6종(5809억 원)에도 5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이들은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져 두 자릿수 손실을 볼 때도 저가 매수로 물타기를 하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편 미국발 훈풍에 국고채 시장에도 온기가 돌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고채 3년, 10년, 30년물 금리는 일제히 23bp, 19.4bp, 15.9bp 하락했다. 금리 급락 효과에 국고채 30년물에 투자하는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는 이날 3.54% 급등한 7만 3090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채권금리 하락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가 차입 계획을 발표할 내년 1월 말까지는 특별한 금리 상승 압력 재료가 없다”며 “조정 국면이 단기간 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