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證, 올 IPO 시장 압도…하나·삼성 약진 [시그널]

1위 미래에셋 15건 주관·8162억 원 인수
'대어 실종' 직격 한투·NH證와 큰 차이 벌려
4위 하나證, 1년 만에 대표 주관 3→7건
5위 삼성證, IB조직 개편 후 신흥 강자 평가
KB·신한證 내년 대어급 IPO 대표 주관 예고

미래에셋 증권 본사

올 기업공개(IPO) 시장을 주도한 증권사는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서도 ‘대어’들을 무사히 상장시킬 수 있는 전문성과 중소형 공모주 열풍 속 ‘다작’ 역량을 갖춘 미래에셋증권(006800)이었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등 전통의 강호들이 주춤한 사이 하나증권·삼성증권(016360) 등도 존재감을 뽐냈다.


◇‘건수·인수액 1위’ 미래에셋=15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코스피·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82곳(스팩·리츠 제외)의 상장을 주관한 국내 증권사 17곳을 분석(대표 주관만 집계)한 결과, 건수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15건을 주관해 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1건, NH투자증권이 10건으로 각각 2, 3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공모물량 인수액 기준으로도 8162억 원을 기록해 한국투자증권(3534억 원)과 NH투자증권(3590억 원)을 크게 따돌리며 인수 수수료로 약 185억 원을 챙겼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IPO 시장 공모 규모 상위 5종목 중 3종목의 대표 주관 업무를 수행했다. ‘대어 필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시장 분위기였지만 두산로보틱스(454910)(인수액 1264억 원),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2847억 원), 필에너지(378340)(813억 원) 등 대형 종목들의 상장을 잡음 없이 마무리한 게 호실적을 견인했다.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스팩 찬바람이 불던 올 3월 공모액 700억 원의 ‘메가스팩’ 미래에셋드림스팩1호(442900)의 상장도 무사히 마쳤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증시 변동성이 높게 나타나는 상황에서도 유연한 대응책을 세워 수익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 당시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흥행 실패를 점친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희망 가격 범위(밴드) 내 공모가로 강행 돌파를 선택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큐로셀 공모 때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심이 악화하자 공모가를 밴드 하단(2만 9800원) 보다 33%나 낮은 2만 원으로 확정해 일반 청약에서 선방했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IPO 본부장은 이달 초 IPO ‘빅3(미래·한투·NH)’ 증권사 본부장 중 유일하게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한 방 없었던 한투·다사다난 NH=반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대어 실종’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이 상장 주관을 맡았던 컬리, 오아시스, 골프존카운티, 11번가, CJ올리브영, 케이뱅크 등 올해 상장이 기대됐던 몸값 1조 원 이상 대어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계획을 미뤘다.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두산로보틱스의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은 것 외에는 별다른 주관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달 취임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연말 임원 인사에서 배영규 IB(투자은행)그룹장을 퇴진시키며 IB부문의 대대적 쇄신을 예고했다. IPO를 담당하는 최신호 IB1본부장은 자리를 지켰지만 IB1본부 내에서 실무를 총괄했던 유명환 상무가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IB3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눈길을 끌었다.


NH투자증권도 한국투자증권과 상황은 비슷하지만 각종 논란에도 휘말리며 순탄치 않은 한 해를 보냈다.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은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고 있는 파두의 대표 주관사를 맡아 기업 실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상반기에는 HB인베스트먼트와 캡스톤파트너스의 스팩 상장을 추진하다 벤처투자법 시행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 뒤늦게 드러나 스팩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존재감 뽐낸 중형사’ 하나·삼성=올 IPO 시장 총 공모액(스팩·리츠·코넥스 상장 제외)은 약 3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15조 6000억 원) 대비 21% 수준인 반면 상장 건수는 70건에서 82건으로 늘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중소형 IPO 수임을 놓고 경쟁이 치열했음을 시사한다.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7건, 6건의 IPO를 주관하며 대형사를 상대로도 약진했다.


주관 건수 기준 4위에 오른 하나증권은 올 첫 코스피 상장사인 넥스틸(092790) IPO 주관을 맡으며 2016년 LS전선아시아(229640) 이후 7년 만에 코스피 상장 기록을 쌓았다. 단독 주관으로는 2012년 하나대투증권 시절 SBI모기지 상장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해 하나증권의 일반 IPO는 3건에 불과했지만,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연초 취임 후 전통적 IB부문을 강화하기로 한 뒤 IPO 경쟁력을 적극 강화하는 모습이다.


5위 삼성증권의 인수액은 2585억 원으로 하나증권(1566억 원)보다 1000억 원이나 많다. 기가비스(420770), 에이직랜드(445090) 등 중형급 코스닥 IPO를 흥행시킨 덕분이다. 만약 삼성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던 서울보증보험(인수액 1379억 원)이 10월 상장을 철회하지 않았다면 삼성증권이 인수액 기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을 제칠 수도 있었다.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 출신의 이재현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IB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삼성증권이 IPO 시장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내년이 더 기대 KB證=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주관으로 IPO 시장 1위를 차지했던 KB증권은 올 상반기 주관 실적 0건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하반기에는 LS머트리얼즈(417200), DS단석을 포함해 6건을 연달아 주관하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주관사 자리를 따내는 데 성공해 내년 IPO 실적 선두를 노릴 수 있게 됐다. 2조~4조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르면 상반기 코스피 상장이 전망된다.


올 코스닥 IPO 주관 4건을 제외하면 침묵했던 신한투자증권도 내년 코스피 1호 상장을 준비 중인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의 대표 주관을 맡아 반전을 모색 중이다. 에이피알의 몸값은 최소 1조 원 이상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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