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빅테크-엔터의 '불편한 동거'…OTT 최후 승자는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
데이드 헤이스, 돈 흐미엘레프스키 지음, 알키 펴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는 최근 격랑 속에 빠져있다. 넷플릭스의 독주 속 토종 OTT 1·2위를 다퉜던 티빙과 웨이브는 쿠팡플레이의 약진 속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수치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는 ‘카지노’ ‘무빙’ 등의 흥행으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왓챠와 애플tv+는 각자의 마니아층을 확보해 놓았다.


OTT 시장의 대혼돈은 비단 국내 시장의 일만은 아니다. 이러한 혼란과 합종연횡, 흥망성쇠는 글로벌 OTT 업계가 먼저였고, 규모도 더 크다. 신간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는 글로벌 OTT 업계에서 벌어진 뒷이야기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업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책은 OTT 업계를 ‘빅테크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이질적인 두 산업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곳’이라고 분석한다. 이 불편한 동거 속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보며 현재의 OTT 시장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미국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해 온 언론인들이 종합적인 시각에서 업계를 분석한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 불법 다운로드와 감상이 정점에 달했던 시절, ‘스트리밍 시대’를 예견하고 불법 다운로드를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로 파악한 곳은 넷플릭스가 아니라 디즈니였다. 하지만 디즈니는 자신들의 본업인 테마파크 산업과 영화·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충분히 돈을 벌고 있었고, OTT 시장 진출을 소극적으로 진행했다. 팬데믹이 지나며 테마파크 사업이 주춤하자 뛰어든 OTT 산업에서 디즈니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리더십과 빠른 의사 결정이다. 2006년, 바이아컴과 타임워너는 모두 유튜브를 인수하려 했지만 늦은 의사결정 때문에 큰 기회를 놓쳤다. 또 한가지 강조하는 점은 바로 콘텐츠의 독창성과 창의성이다. 시장에는 300개가 넘는 주문형비디오(SVOD) 업체가 난립하고 있고, 작품 수는 100만 개가 넘는다. 이 속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들은 K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를 시장의 승자로 만들었고, 경쟁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게까지 찬사를 이끌어냈다. 기존 서구 시청자들이 본 적이 없었던 작품성과 내러티브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구권 시청자에게 먹히던 요소인 ‘한국형 신파’에 대한 적응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한 ‘스위트홈’ 시즌2는 시즌1과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K콘텐츠 업계 입장에서는 또 다른 ‘퀄리티 업’이 필요한 상태인 것이다.


“결국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몇 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하는 책의 예언은 한국 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오히려 더 빨리 실현될 수도 있다. 강력한 자본력이 뒷받침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는 엄청난 손실을 내며 디즈니의 기업가치를 끝없이 추락시키고 있고, 훌루와의 통합을 앞두고 있다. HBO맥스의 디스커버리스플러스는 이미 하나로 합쳐졌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적자폭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그 넷플릭스조차도 구독자 확대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토종 OTT들은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가. 글로벌 진출만이 희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 때, 글로벌 OTT 업계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것이다. 2만 5000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 사진 제공=넷플릭스

영화 '더 킬러'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한 장면. 사진 제공=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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