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 플랫폼 선두 주자 아프리카TV가 사명 변경 등 회사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 철수 계획을 발표한 트위치 빈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리브랜딩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5일 정보기술(IT) 및 게임업계에 따르면 서수길 아프리카TV CBO(최고BJ책임자)가 전날 BJ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내년 3월 기존 동명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를 ‘숲(SOOP, 가칭)’으로 바꿀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서 CBO가 이같은 리브랜딩 계획을 발표한 것은 글로벌 확장과 이미지 쇄신을 꾀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아프리카TV는 BJ, 별풍선 등의 명칭도 변경하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프리카TV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별풍선이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에서 팬들이 BJ에게 선물하는 현금성 아이템이다. 시청자가 1개에 11원에 사는데 BJ 등급에 따라 60~80% 분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아프리카TV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 879억 원, 영업이익 219억 원, 당기순이익 19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7.4%, 영업이익 6%, 당기순이익 13.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4.9%다.
별풍선을 포함한 플랫폼 매출은 올해 2분기 652억원을 올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649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3분기 별풍선과 구독을 비롯한 플랫폼 매출은 전체 매출의 74% 비중을 차지했다. 아프리카TV는 이번에도 별풍선 덕분에 실적 경신을 이룬 셈이다.
인기 BJ들의 별풍선 수입음 수십억원에 달한다. 지난 9일 아프리카TV 별풍선 집계 사이트 풍투데이에 따르면 2023년 가장 많은 별풍선을 받은 BJ는 '커맨더지코'로 나타났다. 그는 올해 3억6453만여개의 별풍선을 거둬들였다.
별풍선은 방송을 시청하는 팬들이 BJ에게 선물하는 현금성 아이템이다. 시청자가 1개에 110원에 사는데 BJ 등급에 따라 60~80% 분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맨더지코는 수수료 20% 혜택을 적용받는 베스트·파트너 BJ라고 한다.
이를 단순 적용해 계산하면 커맨더지코는 올해 별풍선 매출액이 약 369억원에 달한다. 20% 수수료를 제외한 순수익은 295억원 수준이다.
최근 2년 연속 ‘아프리카TV BJ 대상’을 수상한 걸그룹 ‘글램’ 출신 김시원은 올해에만 2224만7511개의 별풍선을 얻어 매출 24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 2019년 11월에는 K팝 걸그룹 '크레용팝' 출신 BJ 하이엘린(엘린)이 1년2개월에 걸쳐 한 남성팬으로부터 8억원어치의 별풍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7월 BJ 핵찌도 한 시청자로부터 하루 1억3200만원어치에 달하는 별풍선 120만개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매출에도 아프리카TV가 별풍선과 BJ 명칭 등에 대해 손을 대려는 것은 그간 쌓였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새 단장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아프리카TV는 일부 BJ(1인 미디어 진행자)들의 일탈 행위로 욕설, 방송 중 음주, 과도한 노출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관리 소홀 비판을 받아왔다. 스트리머 후원에 쓰이는 사이버머니인 ‘별풍선’은 사행성 조장 논란에도 휩싸였다. 아프리카TV는 최근 몇 년간 유료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였다. 유료 아이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막대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출을 견인하는 유명 BJ가 논란에 휘말리면 이는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또한 유료 아이템 규제 문제가 불거지기라도 하면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몇 해 전 유료 아이템 규제에 관련한 소식이 알려지자 아프리카TV의 주가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이번 리브랜딩에는 경쟁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한국 시장 철수 소식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위치는 지난 5일 내년 2월 한국 시장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아프리카TV가 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음날인 6일 주가가 전날 대비 30%나 뛰었다. 현재 네이버는 물밑에서 MCN과 유수 스트리머들을 만나 트위치 빈자리를 꿰차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트위치의 유명 게임 스트리머들이 치지직으로의 이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아프리카TV도 트위치 스트리머를 영입하기 위해 미팅을 진행 중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트위치 국내 사업 철수 후 주요 트래픽은 경쟁 업체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여성 스트리머(여캠)의 50%만 영입하더라도 아프리카TV 내년 영업이익은 기존 전망 대비 18%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서 CBO가 발표한 사명 및 서비스명 변경 계획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TV는 국내 대표 1인 멀티미디어 플랫폼 ‘AfreecaTV’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매출 구성은 플랫폼 77%, 광고 및 콘텐츠 제작 21.2%, 기타 1.8%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