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가 올린 MBK, 한국앤컴퍼니 적대적 M&A 성공할까 [선데이 머니카페]

주당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20% 올려
금감원에 조양래 지분 대량매입 조사 요구도
조현범 회장측 우호지분 많아 뒤집기 쉽잖아
‘꽃놀이패’ 쥔 MBK…실패해도 존재감 과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왼쪽)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장남 조현식 고문.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000240)(옛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을 두고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간의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이 조 회장 지원에 나서면서 승기가 기우는 듯했지만 최근 조 고문과 손잡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 상향으로 맞대응하면서 ‘형제의 난’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오늘 선데이머니 카페에서는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으로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높아졌는지, 2년여 만에 재발한 ‘형제의 난’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공개매수가, 주당 2만 원에서 2만4000원으로 20% 상향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조건 변경이 가능한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장 마감 후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가격을 2만 원에서 2만 4000원으로 높이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날 종가인 1만 5850원보다 51.4% 높은 가격입니다. 현재 가격에서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50% 가량의 차익을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 주주로서는 공개매수 참여에 유인이 더 커진 셈입니다. 최대 공개매수 대금은 5186억 8770만 원에서 6224억 2524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최근 조 회장의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과 hy(한국야쿠르트) 등 조 회장측 우군이 지분을 확대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가능성이 높아지자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전격 인상해 마지막 승부수 띄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MBK는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 고문(18.93%)과 차녀인 조희원 씨(10.61%) 측과 함께 5일부터 공개매수를 진행, 조 회장과 지분 경쟁을 벌이며 소위 ‘2차 형제의 난’에 가세했습니다. 차남인 조 회장을 후계자로 점찍은 조 명예회장은 최근 6차례에 걸쳐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를 사들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기존 42.89%에서 45.61%로 늘었다고 14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15일 장 시작부터 급락해 25%가량 추락했습니다. 시장은 조 회장 측이 우호지분을 포함해 50%가량 지분을 확보해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조 고문과 손 잡은 MBK측은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급락한 틈을 타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지분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한국앤컴퍼니 발행주식 20.35~27.32%를 확보하려는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 측은 한국앤컴퍼니 오너일가 중 조 고문(18.93%)과 차녀 조희원씨(10.61%)의 지분까지 합쳐서 한국앤컴퍼니 지분 50.0%~57.0%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조현범측 지분 50% 육박…“공개매수 성공 확률 낮아”

MBK파트너스가 전격적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높였지만 “공개매수가 성공할 확률은 낮다”는 것이 금융투자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과 손잡고 추가 지분 매입 및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서 과반 지분인 ‘50%+1주’에 거의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또 MBK는 공개매수 기간에 추가 지분을 매입한 조 명예회장을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구하며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국타이어그룹의 실질적 창업자인 조 명예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나선 것이어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립니다. 조 명예회장은 이달 7일부터 6차례에 걸쳐 한국앤컴퍼니 주식 258만 3718주(2.72%)를 사들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기존 42.89%에서 45.61%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조 회장과 가까운 윤호중 hy(옛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백기사로 나서 한국앤컴퍼니 지분 1~2%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조 고문과 MBK가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입니다. 조 명예회장은 12일 “다시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정리하겠다”고 밝혀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 때문에 MBK가 이날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2만 원에서 2만 4000원으로 높였지만 18일부터 5영업일간 기관과 외국인·개인들의 지분을 싹쓸이해도 공개매수를 실행하기로 한 최소 지분인 20.35%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20.35% 이상 공개매수에 대한 매입 주문을 받아내야 실제 매수가 이뤄지는 만큼 추격 매수로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사들여 공개매수에 응하는 투자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연합뉴스

‘꽃놀이패’ 쥔 MBK…실패해도 존재감 과시


MBK파트너스 로고. 사진=MBK파트너스

시장에서는 MBK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손해 볼 게 없다고 얘기합니다. MBK는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원매자 등장 시 조 고문과 조희원 씨 지분을 함께 묶어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 조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개매수만 성공하면 글로벌 톱10 수준의 타이어 회사(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를 매각해 대규모 투자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셈입니다.


조건도 MBK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조 고문과 MBK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인 조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 고문 측은 또 MBK의 동의 없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특히 한국앤컴퍼니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MBK가 이사 총수의 절반 이상을 지명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대표이사는 협의하기로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MBK가 지명권을 갖습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MBK 입장에서는 이번 공개매수가 실패하더라도 존재감은 과시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 회장측 맞불 매수 가능성…“주가 요동”

업계에서는 조 회장측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맞불 매수에 나설 경우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15일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전날보다 25.06%% 하락한 1만 58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시작하기 전날인 이달 4일 종가(1만 6820원)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앞서 MBK가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 고문과 장녀 조희원 씨와 한국앤컴퍼니 지분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에 대해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선언하자 첫날인 5일 한국앤컴퍼니는 상한가까지 치솟아 공개매수 단가인 2만 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후 계속 2만 원이 넘었던 주가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집 소식에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급락해 9거래일 만에 2만 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지분 매입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전이 지속하며 이달 말까지 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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