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했다고 회식비도 안 내면 전출”…황당한 ‘회식 갑질’

직장갑질119, 올해 48건 회식 갑질 사례 공개
불참 때 결제 요구·인사 불이익…따돌림 수단도
“회식강요·배제는 직장 내 괴롭힘…문화 바꿔야”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움츠린 채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는 단체회식 불참사유를 적어서 내부 결제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무시간 이후 회식에 대해 왜 불참하는지 개인 사정까지 적도록 한 내부 결제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회식 문화로 힘들어하는 근로자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회식은 강압적인 참여와 인사 불이익뿐만 아니라 따돌림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었다.


17일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올해 1~12월 회식과 관련한 상담 48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2.5%는 회식 강요, 37.5%는 회식 배제였다.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사업주 또는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 관계를 이용해 회식 참여를 강요한 게 특징이다. 회식 참여를 업무 평가로 연계하거나 회식비 분담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한 상담인은 “몇 년 전부터 회식에 참석하지 않아 부서 내 회식비를 내지 않고 있었다”며 “얼마 전 부사장이 ‘회식비와 회식비 불참은 다르다’라면서 타 부서 전출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황당해했다.


특히 여성 근로자는 회식에서 젠더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모 평가나 음담패설과 같은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상담인은 “부장이 2차 회식 후 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했다”며 “부장이 단둘이 술자리를 가야 해서 갔는데, 외모 평가를 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반대의 상황인 회식 배제도 근로자의 직장 생활을 어렵게 한다. 팀 회식을 정하고 본인만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직장 내 따돌림 수단으로 회식을 악용하고 있었다. 이상운 직장갑질119 소속 노무사는 “음주와 회식에 관대한 우리 사회,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서 회식을 둘러싼 강압과 배제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 말하면 그 사람이 오히려 가혹한 사람, 사회성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며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모든 행위는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 술과 저녁 회식을 당연하게 여기는 낡은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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