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시행 5년] 음주운전 징역형 고작 3%…그나마도 1.5년이 최고

최근 석달 간 458건 중 13건 불과
올해 전체론 14%…작년보다 줄어
형량도 10명 중 9명이 '3년 미만'
법 취지 무색…처벌 수위 높여야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됐지만, 여전히 10건 가운데 9건 가까이가 집행유예·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 등 자유형에 처해지더라도 90% 이상이 3년 미만의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개정된 윤창호법이 시행되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나 처벌 수준은 ‘솜방망이’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험운전 등 치사상) 위반으로 자유형이 선고된 1심 판결은 338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1심 판결(2403건) 가운데 14%에 불과한 수치다. 윤창호법 위반에 따른 자유형 선고 비율은 2018년 9.1% 수준에서 2019년 9.7%, 2020년 9.4%, 2021년 9.6%에 머물렀다. 이후 2022년 15.2%로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 다시 14%로 하락했다. 게다가 자유형을 선고를 받더라도 90% 이상은 3년 미만의 처벌을 받은 것에 그쳤다. 실제로 서울경제가 최근 3개월간 선고된 특가법위반(위험운전 등 치사상) 관련 판결문 458건을 분석한 결과 단 13건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 가운데 최고형은 징역 1년 6개월이었다. 나머지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분류되는 벌금·집행유예형이 차지했다.


법조계에서도 윤창호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선고가 법정 형량의 하한선에 맞춰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처벌 수위가 다소 높아지기는 했으나 당초 법을 개정한 취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 법에 정해진 형량이 높아짐에 따라 처벌 수위가 소폭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법의 취지만큼 높아진 것은 아니다”며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 사건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 3년을 선고 받는 등 법과 실제 선고 사이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으로 넘겨진 음주운전자 대부분이 재범이라는 점을 고려해 더욱 무거운 형벌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운전자 13만 283명 중 약 42.2%(5만 5038명)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2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자로 파악됐다. 이 중 5회 이상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5059명으로, 지난 2019년(4604명)부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경제가 11월 한 달간 선고된 특가법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 관련 판결문 122건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가 피고인의 감경 요소로 ‘초범인 점’을 반영한 경우는 단 33건에 불과했다. 실제로 A 씨의 경우 지난해 6월 오전 11시 15분께 대구 달서구 죽전네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60대 여성 B 씨를 차로 들이받아 사망케 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6%로 면허 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었다. 특히 A 씨는 앞서 2차례나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으나 당시 술을 마시고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지난 8월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 6월 20일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술에 취해 차를 몰고 달리던 중 화물차와 추돌했다.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 D씨는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C씨 역시 이미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나 올해 다시 무면허 상태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 지난 11월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C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연말 모임이 늘고 있는 가운데 9일 밤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이 지지부진한 사이, 만취운전 적발과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이 이뤄지면서 술자리도 늘어남에 따라 음주운전 적발은 2021년 약 11만 건 정도에서 지난해엔 약 13만 건으로 다시 늘었다.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지난해 2021년 음주운전 사고 건수도 1만 4894건, 사망자 206명에서 지난해 각 1만 5059건, 214명으로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2~11월 음주운전은 월평균 1.5건 적발되는데 그쳤으나 같은 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월평균 2.5건으로 66.7% 폭증했다”고 밝혔다.
한편 윤창호법은 지난 2018년 12월 18일 개정된 특가법 제5조 11항이 핵심이다. 이 법은 2018년 9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당시 육군 병사였던 윤창호 씨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피해자가 다쳤을 경우엔 최소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며, 피해자를 사망케 한 경우엔 최소 3년 이상의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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