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보조금 축소' 美 '재고증가' 발목…中은 판매기록 경신

[전기차 전환 '희비']
獨, 예산대란 'EV 보조금' 중단
佛판 IRA에 인기차종 보급 난항
美, 고금리·충전소 부족 이중고
中, 올 신에너지차 940만대 판매
BYD는 日 진출…年 3만대 목표
이례적 부품용 희토류 생산 추가



기후위기 극복 및 산업 재편을 목표로 한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EV)’ 전환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보조금 중단·축소 등 비용 부담에 재고 증가와 생산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은 국가의 강력한 지원 하에 국내외 판매를 늘려가며 세를 불리는 모습이다.


독일 경제수출관리국(BAFA)은 16일(현지 시간) EV 구매 시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17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독일은 EV 판매 촉진을 위해 차량 가격에 따라 3000~4500유로(약 430만~640만 원)를 주는 정책을 내년 말까지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대응에 쓰지 않은 600억 유로를 기후변화 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결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관련 예산이 잇따라 삭감됐다.


기후변화 대책으로 2030년까지 1500만 대의 EV 보급을 내건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보조금 지급 중단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50% 이상 비싼 EV 구매를 이끌 유인책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지난해 47만 대의 EV가 판매돼 전체 신차 판매의 18%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9월부터 보조금 지급에서 기업·단체가 제외되고 개인 구매자에만 한정되면서 그달 EV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9% 쪼그라들었다. 그만큼 보조금이 판매 동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의미다. 이번에는 보조금 중단의 사전 공지가 없었기 때문에 중단 전 구매 수요가 몰릴 틈도 없어 판매 회복을 전망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15일부터 중국 등 아시아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EV에 새롭게 보조금 제도를 공지, 구매자의 선택지가 축소됐다. 중국산 견제가 주된 목적이지만 미국 테슬라와 프랑스 르노의 일부 모델 등 인기 차종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닛케이는 “유럽연합(EU)에서 1·2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인 독일과 프랑스에서 잇따라 보조금을 중단·축소함으로써 EU가 진행하는 EV 전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로 상대적으로 비싼 EV의 매력이 떨어졌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EV 재고는 114일 공급분으로 전년 동기 53일분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자동차 재고인 71일분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이다. 비싼 가격, 충분하지 않은 충전 시설 등이 수요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세가 위축되면서 제조 업체들은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 포드는 자사 대표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내년 생산 목표를 절반으로 줄였다. 제너럴모터스(GM)도 일부 신형 전기차 생산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의 EV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것과 달리 중국은 EV를 필두로 한 신에너지차(EV·하이브리드차·수소차)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 대수는 940만 대로 지난해 대비 36% 증가하고 내년 역시 20% 신장한 1150만 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체 자동차 수출 규모도 전년 대비 50%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3분의 1이 신에너지차다.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중국 비야디(BYD)의 경우 ‘수입차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일본 시장은 수입차 점유율이 1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자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런 가운데 BYD는 2025년까지 일본 전역에 100개 이상의 판매망 구축, 연간 3만 대 이상 EV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다. 일본의 경우 완성차에 대한 고객 눈높이와 서비스 수준이 높아 세계 시장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 ‘등용문’의 성격이 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특히 일본 내 EV 보급률이 아직 높지 않고 일본 브랜드가 강한 동남아와 인도 공략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성장 가능성으로 꼽힌다.


한편, 중국은 EV 수요 증가와 맞물려 차 부품 조달을 위해 이례적으로 희토류 생산 규모를 추가했다. 희토류 산업을 총괄하는 중국 공업정보화성 등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희토류 생산 범위를 국유 희토류 대기업에 통보하지만 최근 세 번째 생산 범위를 통지하고 추가 생산에 나섰다. 대상 희토류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세륨 등 EV 부품에 필요한 것들이 40%를 차지한다. EV 부품 외 무기 성능 안정 등에 필요한 희토류는 추가 생산 목록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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