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평적 당정 관계로 재편하고 ‘몸 던져 일하는 내각’ 만들어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여권이 당과 정부·대통령실 개편 수순을 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명했다. 방문규 현 산업부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수원 지역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총선 출마가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임자 인선 등 추가 개각을 마무리하면 관료·전문가 중심의 2기 내각 진용을 완성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의 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권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변화가 아니라 당정 관계와 국정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 과거에 정부 견제론 관련 여론조사와 실제 총선 결과가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정부 견제론(51%)’이 ‘정부 지원론(35%)’보다 16%포인트나 높게 나온 것은 여권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총선용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이날 ‘핀셋 개각’ 및 후속 당정 개편이 국민의 공감을 받지 못하면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2기 내각은 열정적으로 몸을 던져 일하는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특히 여당은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수직적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누가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되든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당정은 올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 사태와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에서 나타난 국정에 대한 보고·진단·실행 과정 부실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 수술해야 한다.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민심의 소리를 제대로 전하면서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으로 일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여당의 새 지도부가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전달하고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장관·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면서 몸을 던져 일해야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우수한 인재를 고루 기용하고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국정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총선 이후에도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고 3대 개혁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