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는 사실혼 남편의 돈을 수억 원 빼돌린 60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2부(김종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사실혼 관계인 70대 남편 B씨의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거나 B씨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지난 2009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그때부터 같이 생활하는 등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B씨는 글을 읽고 쓸 수 없는 문맹이라 A씨가 은행 업무를 대신해주는 등 B씨의 재산을 관리해 왔다.
A씨는 2018년 9월 B씨에게 ‘보험가입서’를 내밀며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적게 했다. 그러나 사실 이 서류는 B씨 소유 건물을 담보로 하는 대출서류였다. 문맹인 B씨는 A씨 말만 믿고 대출서류에 개인정보를 기재한 것이었다. A씨는 이 서류를 은행에 제출해 1억 원가량을 대출받았다.
A씨는 이를 포함해 사실상 B씨 자산 등을 관리하면서 B씨 몰래 B씨 소유 토지를 매매하거나 아파트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는 방식 등으로 4억4000만 원가량을 챙겼다.
또 B씨 통장에서 7년 동안 373회에 걸쳐 7억3400만 원을 인출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 일부는 경마장이나 성인PC방 도박자금과 개인 빚을 갚는 데 쓰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오던 B씨의 돈을 도박자금과 개인 빚을 갚는데 사용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다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은행 대출금은 변제된 것으로 보이는 점,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