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실추된 법원의 위상을 되찾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6년간의 ‘김명수 대법원’하에서 법원은 존경받지 못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무리한 법 해석을 들이대며 국민의 법 감정과 배치되는 판결을 내는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부적절하게 드러내는 판사도 있었다. 재판이 지연돼 재판받는 국민들의 원성이 높고 담당 판사의 성향을 알아내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 노력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열심히 하는 판사를 우대해야 한다. 판사들이 과거처럼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다. 사건의 난도가 높아지고 법관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만을 추구해 칼퇴근하며 판사끼리 담합해 일주일에 몇 건 이상 판결하기를 거부하는 판사보다 기록을 치열하게 검토·고민하고 결론을 신속히 내는 유능한 판사를 우대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도 평가와 그에 따른 상벌을 하지 않는 조직은 없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 유능하고 판결을 잘하는 판사를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시키는 제도를 부활하는 것이 좋겠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열심히 해도 알아주지 않고 근면 성실한 사람을 태만한 자와 똑같이 대우한다면 왜 굳이 열심히 하겠는가. 법관이 자긍심을 가지면서도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후보추천제는 각 법원 판사들이 투표로 법원장 후보 1~3명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택일해 임명하는 제도다. 이는 인기투표에 가까워 법원에는 맞지 않는다. 판사들의 인기를 얻어야 법원장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법관들을 엄정하게 독려하고 신명 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겠나. 누구보다 법원 구성원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조 대법원장이 소신껏 법원장을 임명해 각 법원의 일하는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
소장 접수 이후 2년 6개월이 지나도 1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 2013년 2142건에서 올해 7744건으로 3.6배 늘었다.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0년째 정원이 3214명으로 고정돼 있는 법관을 증원해야 한다. 지난해에 정부가 법관 370명 증원 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가 처리하지 않았다.
국민의 기본권 옹호를 위해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어야 한다. 조건부구속제도(구속 사유와 피의자의 상황을 고려해 피의자가 일정 조건을 이행함을 전제로 불구속 수사 재판)와 압수수색영장사전심문제(판사가 영장 발부 전 피의자를 불러 대면 심문)를 도입해 너무 쉽게 압수 수색이 이뤄지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본권 신장은 시대적 흐름이니 검찰도 협조하기 바란다.
우수한 젊은 법조인들이 법원에 가기를 꺼린다. 법관의 급여가 너무 낮고 2025년부터 경력 7년 이상 법조인만 판사로 임용되기 때문이다. 너무 긴 경력을 요구하면 변호사로 자리 잡은 법조인들이 법원에 가기 힘들기 때문에 현행대로 5년 경력만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관 보수를 대폭 인상해 인재들이 법원에 오도록 해야 한다. ‘미스터 소수 의견’으로 불리는 강직한 원칙주의자 조 대법원장에게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