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nsight] 反카르텔 정부도 ‘의·약사’는 못넘나…명분·실리 다 잃은 비대면진료

개편 첫 주말 이용률 20배↑ 불구
약 배송 일부만 허용 불만 쏟아져
의·약사는 환자 편의 외면한 채
'원내처방' '성분명 처방' 공방만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시범사업 기준이 완화되면 수요가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6개월간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 없던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가장 많은 제휴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있는 닥터나우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개편안이 시행된 첫 주말인 16~17일 이틀 동안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가 4000건을 넘었다. 직전 주 일 평균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가 190건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새 이용률이 10배 이상 뛴 셈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2위 업체인 나만의닥터는 약 2000건의 비대면진료가 접수됐다. 업체별 편차는 있지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기준이 완화되기 이전보다 이용률이 10~20배 가까이 치솟았다. 업계는 시범사업 개정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당분간 진료 요청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약 배송은 기존처럼 감염병 확진자 등 일부에 한해서만 허용되다 보니 약 수령 과정에서 불편감을 겪었다는 민원이 쏟아진 탓이다. 주말에 문을 연 약국을 찾기 힘든데다 ‘병원에서 직접 팩스로 처방전을 전송해야 한다’거나 ‘대체조제가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조제 거부를 당한 사례도 속출했다. 한 플랫폼업체 대표는 “비대면진료에 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 높은데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답답할 따름” 이라며 “간신히 되살아난 불씨가 다시 꺼지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비대면진료를 받고도 ‘약국 뺑뺑이’를 도는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약배송의 대안으로 제시한 공공심야약국은 전국 200여 곳에 불과하다. 그 마저도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몰려있다. 비대면진료 후 문을 연 약국을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처방전에 포함된 의약품이 약국에 전부 갖춰져 있을 확률은 더욱 희박하다. 지난 주말 콧물, 기침, 오한 증상이 심해 비대면진료를 받았다는 30대 여성은 “병원에서는 처방전 발급 이후부터는 모른다고 하고, 근처 약국은 전화 연결이 되어도 전부 거절했다”며 “처방전만 받아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사들도 고충이 많다. 지역의사회 등으로부터 플랫폼과 제휴관계를 끊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데, 약 수령 관련 불편을 겪은 환자들의 원성을 들을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고 특정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면 ‘환자 유인 및 알선 행위’를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 위반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약사단체가 약배송을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배달 오류와 오남용 우려다. 그러나 정부의 시범사업 보완방안 발표 후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비판이 일자 대안으로 성분명 처방 카드를 꺼냈다.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할 때 특정 제품명을 지정하는 대신 성분명만 표기하도록 법을 뜯어 고치자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는 약사회의 오랜 숙원이다. 의사단체 일각에서는 의약분업 시행 전처럼 원내 조제를 허용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환자의 의료 접근성과는 무관하게 각자의 득실만 따지는 공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반(反)카르텔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조차 의·약사 카르텔은 깨기 힘든 걸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물꼬를 튼 비대면진료 정책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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