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이 13년 내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울산 등 지방에서는 미분양 공포가 아직 남아 있는 데다 수도권에서는 분양가 상승 압박에 주요 입지 아파트들이 줄줄이 분양 시기를 미룬 탓으로 풀이된다.
1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아파트(민간·공공 및 임대 포함) 23만 1549가구가 공급됐다. 이는 전년(36만 8579가구) 대비 약 37% 감소한 규모이자 2010년(17만 2670가구)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민간 아파트는 20만 1230가구가 분양됐다. 이는 2013년(20만 381가구)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연초 분양업계는 전국에서 총 26만 9886가구의 민간 아파트가 분양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물량은 계획의 75% 수준에 그쳤다. 수도권에서는 높은 분양가에 저조한 청약 결과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룬 게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구 ‘청담르엘(총 가구 수 1261가구)’과 서초구 ‘아크로리츠카운티(721가구)’ 등이 올 4분기 예정됐던 분양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지방에서는 자잿값 상승과 높은 금리에 분양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방의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10월 79.9에서 이달 57.9로 22%포인트 하락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분양시장의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말 분양예정 물량이 내년으로 이월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미분양 누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대구와 울산 등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공급 재개에 조심스러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향후 분양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10월 기준 주택 인허가 물량은 27만 30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하는 등 선행지표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분양가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2030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 등 실행에 따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되면 건축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평(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1806만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9% 상승했다. 서울의 평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3529만 원으로 3500만 원대를 넘어섰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자 알짜 단지에 수요가 쏠리며 청약경쟁률은 치솟았다.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2.3대 1로 지난해(7.5대 1)보다 높아졌다. 다만 청약경쟁률이 전국 평균을 넘어선 지역은 서울(59.5대 1), 충북(37.2대 1), 대전(33.7대 1) 단 3곳으로 지난해 8곳에서 대폭 줄었다. 프롭테크기업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아파트를 분양한 전국 사업지 215곳 중 67곳(31.2%)은 청약경쟁률이 1대 1에 미치지 못해 0%대를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보다 낮아진 시세차익에 청약통장 사용이 신중해졌고, 곧 사업지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전국에서 청약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경기 화성시 ‘동탄레이크파크자연앤e편한세상’으로 376.99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4억 7757만 원이다. 인근 아파트 같은 평형대 시세가 8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분양가상한제 효과에 파주시의 올해 1순위 청약경쟁률은 67.5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