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내년 코스피지수 최고점을 3000포인트로 대폭 올려 잡은 증권사 전망이 나왔다. 증권사들은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내년 코스피 고점을 최저 2500포인트 수준까지 낮춰 봤지만 이제 입장을 조금씩 수정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대통령실과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곧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주주가 많은 코스닥시장까지 상승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18일 보고서를 내고 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져 내년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이달 4일만 해도 내년 ‘상저하고(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 장세를 점치면서 코스피 등락 범위를 2350~2850으로 제시한 바 있다. 2주 만에 상단 범위를 150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셈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시장 참여자들이 바랐던 금리 인상 주기 종료, 내년 금리 인하 횟수 확대 등을 모두 시사하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지수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10월 저점에서 시작된 코스피 반등세가 내년 1분기 초반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 3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코스피는 2분기부터 다시 상승할 수 있다”며 “코스피 상단이 3000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기존에 제시한 저점(2350)도 150포인트가량 올려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내년 코스피 최고점을 3000까지 올린 곳은 대신증권이 처음이다. 앞서 NH·KB·한국·삼성·하나·신한·IBK투자증권 등은 내년 코스피 등락 범위를 2200~2810으로 관측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고점을 제시한 증권사는 2810을 내건 KB증권이었다. 교보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고금리 기조와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아예 코스피 예측 범위를 현 주가 수준보다 낮은 1900~2500으로 잡았다.
이달 초까지 내년 코스피 흐름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은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마찬가지였다.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최근 HSBC·골드만삭스·씨티·모건스탠리·UBS 등 주요 글로벌 IB는 내년 말 코스피 목표 주가를 2700~2830선으로 내놓았다. 올해 코스피 최고치가 8월 1일 2667.07이었음을 감안하면 고점을 이보다 약간 더 높게 잡았다. 회사별로는 HSBC가 2830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내놓았고 골드만삭스와 씨티가 2800, 모건스탠리와 UBS가 2700의 목표치를 설정해 그 뒤를 이었다. 투자 의견은 HSBC와 씨티·모건스탠리가 ‘중립’을, 골드만삭스와 UBS가 ‘비중 확대’를 각각 제시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를 향한 정책 전환 신호를 보이자 국내 증권사의 내년 전망 기조도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코스피는 그 직후인 14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2510.66에서 2566.86으로 올라갔다. 외국인투자가들도 이 기간 쉬지 않고 매수 우위를 보이며 총 4000억 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알린 점도 개인투자자의 중소형주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정관계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 기준으로 종목당 상장주식을 10억 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되는 현 기준을 50억 원까지 올리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개인 대주주가 많은 코스닥은 이날 코스피 상승률(0.13%)을 크게 웃돌며 1.51%나 상승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긴축 주기 종료를 시사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발언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며 국내 증시도 무난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주 대주주 양도세 완화 결정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매물 출회 여부가 증시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