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부의 정책적 저금리로 대출을 늘려왔던 일본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대출금 상환 만기가 도래했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여전히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탓이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 일본 내 기업 도산 건수는 총 7880건에 달한다. 12월까지 집계하면 총 도산 건수는 80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6030건, 6428건이었던 수치는 중소기업용 실질 무이자·무담보 대출인 일명 ‘제로·제로 대출’ 상환 만기가 올해 잇따르면서 크게 불어났다. 대출을 갚지 못한 기업들의 파산 신청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담보가 없어도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도 3년간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제로·제로 대출을 도입해 실시했다. 제로·제로 대출을 통해 정부계 금융기관에서 약 20조 엔(112만 건), 2021년 3월까지 민간 금융기관에서 23조 엔(137만 건)의 자금이 집행됐다. 올 7월부터 약 5만 개의 기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출 상환이 시작됐지만 기업들의 자금 여력이 팬데믹 시기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대출 계약 당시 원금 상환 개시를 이자 면제 기간과 같은 3년으로 설정한 기업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올 7월과 내년 4월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미국·일본 금리 차에 따른 엔저 심화 등으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고 수요도 감소해 이자·원금 상환 부담을 견딜 수 없는 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올 1~11월 제로·제로 대출 이용 기업의 도산 건수는 58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0% 증가했다.